미국 정보국 “김정은, 핵보유국 인정받으려 러시아 이용… 윤 대통령과 ‘강 대 강’”

입력
2024.03.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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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례 위협평가 보고서… “협상에 무관심”
“중국, 예측불가 가능성… 대만 통일 압박”
“러시아, 서방과 직접 군사 갈등 피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러시아와 더 가깝게 지내려 할 수 있다고 미국 정보당국이 분석했다. 경제 위기 상황이 중국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우선순위는 미사일체계 구축”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정보기관 18곳을 총괄하는 미 국가정보국(DNI)이 11일(현지시간) ‘2024년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중국 러시아 이란과 함께 북한을 위협 국가로 규정하고 3쪽을 할애해 다각도로 살폈다.

일단 북한 비핵화 협상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보고서 진단이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정권 안보와 국가 자존심을 보장하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어서 핵 프로그램 폐기 협상에는 확실히 무관심하”는 것이다. 이는 주변국의 조력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심화하려는 것은 경제적 이득과 군사 협력을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다는 목표를 성취하는 데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 관계를 이용할 수 있기를 김정은이 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번해진 미사일 발사 등 무력 과시는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 대응이 핵심 목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보고서는 “한미 연합 훈련 대처 차원인 북한의 정례 군사 시위에는 한미 두 나라의 태도 변화를 강압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강경 노선에 맞서 보려는 의도도 있다”고 봤다. 또 “2022년 중반 이후 줄곧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이 집중 강화하고 있는 군사 역량은 미사일이다. 보고서는 “김정은은 순항미사일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비행체에 이르기까지 한층 강력한 미사일체계를 구축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며 “유엔 제재를 피해 중국 러시아로부터 '이중 용도' 재화를 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중·러·이란, 동맹은 못 될 것”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위협적 존재는 중국이다. 중국에 대해 보고서는 “미국 및 동맹과 직접 경쟁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힘에 의존한 통치 우위로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직면한 심각한 인구·경제적 도전으로 인해 중국이 더 공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행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만을 상대로 한 중국의 통일 압박이 가중되고 이것은 미국과의 갈등 지점이 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실에서 확인됐듯 규칙 기반 사회에 대한 여전한 위협이지만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직접 군사 갈등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날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애브릴 헤인스 DNI 국장은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 4개 위협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이들이 다른 나라 문제에 휘말리거나 피해를 볼 가능성을 우려하는 경향이 있어 공식 군사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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