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공영방송이 주(駐)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입국에 대해 우려를 전하는 기사를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출국금지까지 된 주요 사건 핵심 피의자를 우방국 대사로 내보낸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명백한 수사 방해이자 심각한 외교 결례다.
호주 ABC방송은 어제 ‘이종섭 한국 대사, 자국 비리 수사에도 호주 입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해 한 군인의 사망과 관련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되는 가운데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더불어민주당의 외교부 및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고발조치 등 일련의 상황을 상세히 다뤘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그간 이 대사 임명을 두고 “호주는 인도∙태평양 전략상 매우 중요한 안보 파트너로 국방부 장관 출신의 중량감 있는 인물을 고려했다”고 밝혀왔다. 양국이 지금까지 차관도 아닌 차관보급(1급) 인사를 대사로 보내온 것을 감안할 때 상대국에 파격적 배려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장관급이라도 피의자를 대사로 보내는 것에 어느 나라도 우호적일 수 없음은 자명하다. 방송은 비록 “호주 외교부가 이 대사의 호주 도착을 환영했다”고 전했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이 호주와 한국 외교 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또한 내비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어제 “이 대사에 대한 추가적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며 소환조사가 원칙”이라고 했다. 2018년 조태열 당시 주유엔 대사가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소환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된 건 대사 취임 한참 뒤의 일이었다. 피의자 신분에서 대사로 임명돼 향후 소환 조사까지 예고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당은 이 대사 출국 과정 전반을 밝히는 목적의 특검 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외교적 결례와 망신까지 감내하면서 부임을 강행하니 의혹만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