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18일까지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않으면 사직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해외 기관에 한국 보건의료지표 분석을 의뢰해 1년 뒤에 의사 수 증원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교수들이 국내 공적 연구결과까지 거부하며 환자를 떠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은 극히 실망스럽다. 우선은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의 물꼬를 트는 것이 급선무이다.
11일 밤 총회에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한 내용은 대부분 납득하기 힘들다. 응급의료와 중환자 진료는 유지하기로 했으나 18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내기로 한 것은 진료 거부에 나선 전공의들의 행동과 다를 바 없다. 지난주 울산대 의대(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교수들이 사직을 의결했지만, 사직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처음이다. 가톨릭대·성균관대·연세대 의대 교수 등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진 못할망정, 제자들을 감싸며 ‘사직’을 무기로 내세우는 것은 무책임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환자들은 무슨 죄인가.
더구나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해외 기구에 의대 증원 분석을 맡기자고 한 대목은 무척 부적절해 보인다.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보건사회연구원·서울대 3개 연구기관에서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을 산출한 것을 토대로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 기구는 믿을 수 있고 국내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국내 연구기관들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은 사대주의적이고 해괴한 발상이다. 의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나마 교수들도 대화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긍정적이다. 지금 급선무는 의료계 내부에서 정부와 협의할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도 대화 창구 개설을 위해 전공의, 교수, 병원장들과 접촉하며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하는 방안까지 포함해서라도 협상테이블을 열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