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녹색정의당, 동물자유연대 등 6개 시민단체는 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청에 소싸움의 국가무형유산 지정가치 조사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소 인형탈을 쓴 집회 참가자가 인간의 유희를 위해 희생되는 소의 모습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1월 '2024년도 국가무형유산 지정(인정) 조사 계획 알림' 공고를 통해 소싸움을 신규 조사 대상 종목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종목은 무형문화재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가무형유산으로 최종 확정된다. 이후 동물학대, 혈세 낭비 등 소싸움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달 1일에는 '동물학대 논란 등 관련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소싸움은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문화재청이 소싸움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의 본성에 반하는 행동을 유발하고 인위적으로 싸움을 붙임으로써 이루어지는 소싸움에서 일말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로지 인간의 이익과 도박 등이 목적인 경기 출전을 위해 소는 타이어를 끌고 싸움 기술을 익히기 위한 고통스러운 훈련을 받으며 이용된다"고 했다. 이어 "대회 날에는 이동 차량에 실려와 낯선 경기장에서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소와 싸움을 부추김당하고 뿔에 받혀 피 흘리는 상해를 입는다"며 "이 같은 소싸움 진행 방식은 잔혹하고 비윤리적이며 비교육적"이라고 덧붙였다.
동물학대 논란에도 소싸움이 가능한 것은 동물보호법상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금지하고 있으나, 소싸움만 예외 적용하고 있어서다. 이에 단체들은 단서 조항 폐지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단체들은 "동물학대이자 도박에 불과한 소싸움의 폐지를 앞당겨야 할 현시점에서 문화재청이 국가적 유산으로 지정해 시대를 역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소싸움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막기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동물학대 소싸움이 아닌 후대에 길이 남길 진정한 유산을 발굴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