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공영방송 "부패 수사 불구하고 입국한 이종섭 대사"

입력
2024.03.12 13:47
ABC방송, 12일 이 대사 부임 보도
"호주-한국 외교 어려움 초래 위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혐의로 수사를 받다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종섭 대사의 입국을 현지 언론도 비중 있게 다뤘다.

12일(현지시간) 호주 공영 ABC방송은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부패 수사에도 호주 입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군인 사망 사건 관련 부패 수사에 연루된 전 국방부 장관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사직을 맡기 위해 호주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 대사가 지난해 7월,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법무부가 지난 주말 높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새로 임명된 외교관(이종섭)이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출국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했다.

방송은 또 한국 언론을 인용해 "한국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지난 1월 이 대사에게 내려진 출국금지 조치를 몰랐다고 주장했다"며 "이후 이 대사가 (출국금지 조치를) 법무부에 취소하라고 로비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야권 반발도 기사에 담겼다. 방송은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 대사에게 외교관 직함을 부여해 도피를 도왔다"라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민주당이 대사 임명과 출국에 관여한 외교·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한다고도 보도했다.

방송은 이 대사 임명이 한국과 호주의 외교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은 "(이 대사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이 호주와 한국의 외교 관계에 어려움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데도, 호주 외교통상부는 이 대사의 호주 도착을 환영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사는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수사하는 과정에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고발됐다.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는 이 전 장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출국금지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지난 4일 주호주대사에 임명됐고, 7일 공수처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사 하루 만인 8일 출국금지가 해제된 이 대사는 신임장 원본이 아닌 사본을 들고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