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를 해결할 합리적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전공의들에 이어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선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논의가 가능하다며 정부와의 대화 여지를 남겼다.
서울대 의대ㆍ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온라인으로 교수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정부가 합리적인 방안 도출에 나서지 않을 경우 18일을 기점으로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총회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소속 교수 430명이 참여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사직서 제출은 개인의 자발적 의사에 맡길 것”이라며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응급의료와 중환자 진료 유지하기 위해 참의료진료단을 구성해 필수의료를 지키겠다”고 설명했다. 집단행동에 얼마나 많은 교수들이 동참할지는 알 수 없으나 전공의 대다수가 이탈한 상황에서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비대위는 총회에서 의대 증원과 관련해 지난 주말 교수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전체 교수 1,475명 중 77.7%인 1,146명이 설문에 참여했는데 응답자 87%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교수들이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정부는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을 예측한 연구보고서 3편을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2,000명)를 결정했지만, 설문 참여자 99%는 “정부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95%는 “만약 과학적, 합리적,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대 증원 규모가 결정된다면 증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전공의ㆍ의대생들과는 달리 정부와 협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서울대 의대 비대위는 후속 조치로 13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건의료단체, 시민단체, 정치계, 각 의대 비대위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의료공백 사태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4주째 접어들면서 교수 사회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14일에 각각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교수진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9일에 이어 14일 다시 모여 의대생 동맹휴학과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