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동산 펀드 소유 건물 화재, 투자사·신탁사 공동배상해야"

입력
2024.03.11 16:28
"경비업체는 점유 보조자로 봐야"

부동산 사모펀드를 통해 신탁사가 소유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경비업체가 세입자의 피해를 배상할 필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손해배상 책임은 부동산의 실질적 소유주인 투자사와 신탁사에게 있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건물 세입자인 A사가 자산운용사와 은행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5일 확정했다.

2015년 12월 11일 오후 8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선 화염이 12층까지 번져 올랐다. 큰 불의 여파로 이 건물 6~12층에 세들어 있던 A사의 전산 장비와 집기 등이 손상됐다. 건물주를 상대로 청구한 피해 금액만 46억4,500여 만 원에 달했다.

쟁점은 '화재사고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였다. 해당 건물은 2013년 4월 자산운용사와 신탁 계약을 체결한 은행(신탁사)이 소유권을 취득한 상태로 A사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구조였다. 건물 관리는 자산운용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비업체가 맡고 있었다.

1∙2심은 해당 주차장에 화재 예방 조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건물의 실질 소유자인 자산운용사와 법률적 소유자인 은행이 물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관리 업체는 자산운용사의 지시를 받는 위치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작물을 보수할 권한이 있는 직접점유자는 자산운용사고, 은행 또한 신탁계약에 따른 건물의 직접점유자"라면서 "그러나 경비업체는 자산운용사의 점유를 돕기 위한 점유보조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경비업체의 책임을 제한한 원심의 결론은 합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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