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촉진 감세"라지만... 고소득‧대기업 혜택 더 늘어

입력
2024.03.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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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세감면액 역대 최대
대기업 혜택 비중 2016년 이후 최고
"과도한 감세, 재정 운용 가로막아"

“정부 세제개편안, 부자 감세 아니다.”(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2022년 8월)

“내수 촉진‧투자자를 위한 감세이지 부자 감세한 적 없다.”(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올해 2월)

윤석열 정부 1‧2기 경제사령탑의 말과 달리 이번 정부의 세금 감면 혜택이 고소득층‧대기업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낙수효과는 불투명한 반면 감세에 따른 재정지출 감소와 총수요 위축은 확실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연소득 7,800만 원 이상 소득자가 혜택을 받는 조세지출은 15조4,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조세지출은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깎아주는 방식의 재정 지원을 말한다. 사회보험료 산정 시 적용하는 공제액 확대 등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전체 조세지출에서 고소득층이 받은 혜택 비중은 34.0%를 기록했다. 올해 비율(33.4%) 역시 이전 정부 시절(2021년 28.9%)보다 높다.

대기업 감세 혜택도 다르지 않다. 올해 기업 대상 조세지출에서 대기업이 받게 될 혜택(6조6,000억 원)은 전체의 21.6%로 예상됐다. 2016년(24.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16.9%)보다 4.7%포인트 뛰었다. 시설투자의 일정 분을 세금에서 빼주는 투자세액공제 등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몰린 영향이다.

이 같은 각종 감세를 합한 올해 총 국세 감면액은 77조1,144억 원으로 역대 최대다. 2022년 63조5,000억 원에서 2년 만에 20% 넘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상 국세 감면액은 3조9,000억 원에서 약 70%, 고소득층 대상 감면액은 약 23% 뛰었다.

시장경제를 내건 정부의 감세를 뒷받침하는 논리는 낙수효과다. 소득과 자산이 많은 계층의 세금을 줄이면 투자‧소비가 늘어 경기가 살아나고, 결국엔 세수도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세수 감소 효과는 명확한 반면, 낙수효과는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감세안이 정부의 재정 운용 여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아직 경기가 좋지 않아 투자‧소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의문”이라며 “과도한 국세 감면은 재정 규모를 축소시켜 경기 대응 등 재정이 해야 할 역할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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