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아카데미'가 故 이선균을 추모하면서 '기생충'과의 인연을 되새겼다. 이와 별개로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의 연출작이자 국내 배우 유태오의 주연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쉽게도 무관왕에 그쳤다.
10일(현지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주관으로 미국 로스엔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패스트 라이브즈'다. 앞서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39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작품상과 감독상 2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제96회 아카데미'에서 각본상과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돼 국내 영화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추락의 해부'가 각본상, '오펜하이머'가 작품상을 차지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적인 세계관과 풍경을 유려하게 담아낸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는 유력한 작품상, 감독상 후보로 점쳐졌는데 예상대로 '오펜하이머'의 수상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펜하이머'는 총 7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아카데미 상 수상은 올해가 처음이다. 앞서 작품상과 감독상 노미네이트는 수시로 이뤄졌고 드디어 작품과 감독상을 나란히 껴안았다. 무대에 오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최고의 작업을 함께 했다"라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9억 5,2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오펜하이머'는 흥행과 작품성 모두 인정받게 됐다.
이 가운데 아카데미 주최 측의 故 이선균 추모가 눈길을 끌었다. 행사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시간이 이어졌고 제인 버킨·티나 터너 등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후 故 이선균의 얼굴이 화면을 꽉 채웠다. '제96회 아카데미'는 국내 tvN과 OCN으로 생중계됐는데 이동진 평론가는 "마음이 무척 무거워진다"라고 애도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故 이선균은 지난 2020년 '기생충'으로 참석한 바 있다. 고이은 지난해 12월 마약 수사를 받던 도중 세상을 떠났다. 이후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성명문을 통해 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요구하기도 했다. 故 이선균의 사망 후 국내외 추모 물결이 일었다. 제30회 미국 배우 조합상은 故 이선균을 추모하면서 "비범한 배우를 잃었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