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최근 주요 매장에서 잘 보이는 앞쪽 진열대에 저렴한 수입 과일을 집중적으로 놓기 시작했다. 망고는 진열 면적을 세 배 늘렸더니 1~7일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올랐다. 롯데마트는 16g 이하의 작은 소형과 '한입딸기'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한입딸기는 1kg 대용량으로 기획하고 박스에 일렬로 줄을 맞춰 담는 '줄작업'을 생략해 인건비를 줄였다. 가지런히 담지 않아 금방 무르기 쉽지만 일반 딸기 대비 50% 이상 가격을 낮추면서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했다.
주요 과일·채소값이 크게 오르면서 유통가에 초비상이 걸렸다. 과일·채소값은 이상 기후 때문에 작황이 줄면서 지난해 오르기 시작했는데 해를 넘겨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나섰지만 저장 물량이 모자란 과일을 중심으로 물가 잡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자 유통가는 흠집이 나거나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B급 상품 '못난이 과일' 취급량을 확대하거나 수입 과일로 국내산 과일의 자리를 대체하는 등 갖은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7일 기준 사과(10개·3만877원)와 배(10개·4만2,569원)의 소매가는 1년 전보다 각각 35.4%, 56.2% 올랐다. 같은 기간 파(1kg·4,123원) 11.7%, 배추(1포기·3,933원) 17.2%, 토마토(1kg·8,814원) 17.6% 등 채소값도 1년 전보다 뛰었다.
가장 심각한 건 '국민 과일' 사과다. 귤과 같은 한철 과일과 달리 사과는 1년 단위로 생산하는 저장과일로 사시사철 수요가 꾸준하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생육 시기가 짧은 채소는 날이 풀리면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사과는 수확 시기인 가을까지 높은 가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형 마트는 일반 사과보다 20~30% 저렴한 못난이 사과 판매 비중을 키우고 있다. 이마트는 못난이 사과가 들어오는 날 일반 사과 판매를 줄이고 사과 매장의 80% 이상을 못난이 사과로 채운다. 주말이나 피크 시간대 수시로 보충 진열하며 볼륨감도 유지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3월 못난이 사과 물량을 전년 동월 대비 50% 확대했다.
심지어 주로 프리미엄 상품을 취급하는 백화점과 신선식품 판매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편의점도 못난이 과일 판매를 확대 중이다. A급 과일만 판매했던 백화점이 못난이 과일을 취급하는 것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가 찾다 보니 주로 최상품 과일을 파는데 최근엔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못난이 과일도 진열대에 일부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버려질 위기에 처한 과일 250톤(t), 무·당근·오이·파프리카 등 18종의 못난이 채소를 370톤 매입해 일반 상품 대비 30~4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파의 경우 대형마트는 제주, 부산, 김해 등 물량을 확보할 겨울 대파의 산지 수를 늘리고 있다. 산지 바이어를 통해 매일 시장 상황에 따라 직거래, 대량매입 등 즉각 대응한다. 토마토는 비교적 시세가 안정적 특수 품종 위주로 판매량을 늘려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
수입 과일의 인기도 오르고 있다. 최근 정부는 수입업체, 식품 제조·가공업체 등만 직수입했던 할당관세 물량을 대형마트도 취급할 수 있게 허용했다. 롯데마트는 직접 국내로 들여왔던 이스라엘 자몽과 필리핀산 커팅 파인애플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신청해 기존보다 자몽은 25%, 커팅 파인애플은 15%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당 관세 적용을 받는 수입 과일 중 당사 소싱을 통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품목을 직소싱 중"이라며 "할당 관세가 확대되면 수입 물량을 늘리는 등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