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맞고 2시간 반 후 사망… 법원 "인과성 없다"

입력
2024.03.10 14:09
평소 고혈압 증상 있던 88세 고령자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대동맥박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직후 숨진 80대 노인의 유족이 정부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보건당국에 이어 법원도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피해보상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30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의 모친인 B씨는 2021년 4월 23일 낮 12시37분쯤 경기 지역의 코로나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을 맞았다. 1시간30분이 지나 가슴을 조이는 통증과 두통 등이 극심했고,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던 중 의식을 잃고 이날 오후 3시 13분 끝내 사망했다.

A씨는 어머니 사망이 백신 접종 탓이라며 질병청에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어머니가 88세의 고령이고 고혈압을 앓고 있기는 했어도, 다른 지병이 없이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던 점을 근거로 들었다. 감염병예방법 71조는 정책적 예방접종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질병청은 이듬해 5월 'B씨의 사인은 대동맥박리 파열에 해당한다'는 부검 감정서 등을 토대로 보상 신청을 거부했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혈관벽이 찢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내막이 찢어지면서, 중막으로 들어간 혈액 때문에 대동맥 벽이 내층과 외층으로 분리되는 질환을 말한다.

행정소송에서도 1심은 질병청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동맥박리 기전상 코로나19 백신과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 등에 비춰보면 B씨의 죽상경화증(콜레스테롤 침착 등으로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에 의해 대동맥박리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당시 대통령 등 정부가 부작용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고 보상하겠다는 취지로 고령자의 접종을 적극 권장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취지로 보일 뿐, 모든 건강 문제를 보상하겠다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물리쳤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12월 항소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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