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한미약품 창업주) 약국부터 50년간 창업주와 동료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자식들 유학 공부로 떠나 있을 때도 남편은 저와 모든 결정을 상의했죠. 만약 선대 회장이 OCI와 합병 결단을 내렸다면 장·차남이 지금처럼 할 수 있었을까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이 경영 일선에 오른 이후 처음 인터뷰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OCI와의 합병에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반발했을 때 처음엔 부모 입장인 만큼 직접 나서지 않으려 했으나, 갈수록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아 논란을 종결시키기 위해 인터뷰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그는 단호하게 "두 아들이 저를 창업 멤버가 아닌 어머니로만 여기는 건 큰 착각"이라며 "자식들 간 의견이 상충할 순 있지만 부모이자 창업주와 같은 위치에 있는 저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병상에서 고(故) 임성기 회장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며 떠났고, 사후 가족 모임에서 회장 자리를 처음 요청한 것도 둘째 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OCI와 합병에 대해선 남편도 같은 결단을 했을 거라고 송 회장은 단언했다. 송 회장은 "창업주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했고,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작아 임상시험 2상도 제대로 못 하고 기술수출을 해야 하는 걸 굉장히 한탄스럽게 생각했다"며 "'신약개발 명가'라는 한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종 산업의 탄탄한 기업과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게 최선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내 다수 기업들 제안을 검토했으나, 가장 우호적이고도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계약 조건은 OCI가 유일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합 대상을 선별하는 과정에 장남의 의견도 반영됐다고 송 회장은 주장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2022년 개입한 이후 경영권 분쟁이 심화했다는 임 사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송 회장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장남으로부터 작년쯤 라데팡스를 처음 정식 소개받았다"며 "라데팡스의 여러 제안 방식 중 장남은 해외 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고, 이를 듣고 다른 최선의 방안을 찾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합병을 위한 증자를 결정한 이사회 판단에 대해선 미공개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공과 사를 가려 당시 이사진이 아니었던 아들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기로 고문 변호사와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이달 중 결론 날 가처분 소송은 물론이고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서도 송 회장은 자신감을 보였다.현재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31.93%, 장·차남 측은 28.4%를 확보하고 있어,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12.15%), 국민연금(7.38%), 소액주주(21%) 등이 경영권을 둘러싼 주총 표 대결의 캐스팅 보트가 될 전망이다. 송 회장은 "신 회장과는 얼마 전에도 만났고, 30여 년 전부터 남편과 저의 든든한 응원군이자 우군이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OCI와의 통합을 넘어 장·차남을 포함한 가족 간 화합을 지키는 걸 여생의 목표로 삼았다. 장남과는 라데팡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차남과는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속세 문제를 해소하고 다음 세대로 한미약품을 이어가기 위한 일을 마치면 저도 물러나게 될 것"이라며 "지분 매각 자금으로 미련 없이 자식들 상속세까지 내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들들이 저와 한 약속만 지킨다면 지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한미라는 큰 울타리로 들어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한국일보는 이 같은 송 회장의 주장에 대해 임 사장 측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임 사장 측은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