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글쓰기 책 수집이다. 사 모은 글쓰기 책이 책장 하나 가득이다. 시작은 콤플렉스였다. 글쓰기가 너무 어려웠다. 글 잘 쓰는 동료들이 부러웠다. 글쓰기 책을 모조리 찾아 읽으며 글쓰기를 연마했다. 그런데 왜 이 정도밖에 못 쓰냐고? 이만큼 나아진 것도 글쓰기 책 덕택이다. 그러니 제목만 보고 오해하지 말기를.
글쓰는 재주가 필요한 사람은 작가만이 아니다. 글이 엉망이라고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거나, 보고서가 이게 뭐냐는 상사의 질책을 들으면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실용적 글쓰기다. 실용적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 책 고르기 팁을 소개한다.
첫째, 외국 저자의 글쓰기 책은 걸러라. 나라마다 고유한 글쓰기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글쓰기는 영어 글쓰기나 일본어 글쓰기와는 다르다. '하버드'나 '퓰리처' 같은 수사에 현혹되지 마라.
둘째, 시인과 소설가의 책은 걸러라. 시나 소설을 쓰겠다면 읽어야겠지만. 평론가의 책도 걸러라. 오해는 말라. 평론가야말로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다. 나 같은 평범한 필자가 땅 위에 있다면 그들은 하늘나라에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이 하늘나라 글쓰기를 배워서 어디 쓰겠는가.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도 처연한 계급 우화" 같은 표현은 보고서용이 아니다.
셋째, 에세이 작가의 글쓰기 책은 걸러라. 최근 쏟아지는 글쓰기 책에 이런 것이 많다. 저자들은 방송작가, 글쓰기 강사, 에세이스트의 테크트리를 타고 글쓰기 책을 낸다. 말랑말랑하고 감성 뿜뿜 터지는 책이다. 술술 읽히기는 한다. 에세이 쓰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용적 글쓰기와는 거리가 멀다.
넷째, 글쓰기 전문가의 책은 걸러라. 글쓰기 책만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 처음 낸 건 읽을 만해도 그 뒤로는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다. 한 권만 읽으면 충분하다. 글쓰기 말고 할 말이 없는 사람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의 글쓰기 책을 읽어야 하나? 교수? 대한민국에서 가장 글을 못 쓰는 집단이 교수다. 교수의 원고를 받아본 기자들이 늘 하는 이야기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교수는 대중보다 전문가를 자주 상대한다. 전문가들은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언어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대중을 상대하는 데는 서투르다. 참고로 나도 교수다. 그러니 이 글은 걸러라. 목적에 맞지 않는 글쓰기 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 기억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