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가 등장하는 두 장면 사이엔 정확히 7년의 간극이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 참모가 유영하 변호사였다. 당시 유 변호사는 박영수(특별검사)·윤석열(수사팀장)·한동훈(파견검사)이 주축이 된 특검팀 수사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태생부터 위헌" "짜 맞추기" "소설" 등 매운 발언이 이어졌다.
윤석열·한동훈과 가장 먼 대척점에 서 있던 유영하. 두 사람과 결코 화해라는 걸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유영하가, 한동훈이 대표를 맡은 여당의 총선 후보로 최근 결정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었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판결을 아예 부정했던 도태우 변호사가 대구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았다. 도 변호사가 꺾은 상대 예비후보는, 다름 아닌 7년 전 박 전 대통령 수사라인에 있던 노승권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다.
이 기막힌 반전, 꼬임, 부조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탄핵의 강'은 처음엔 적과 동지를 명확하게 갈랐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선은 희미해지고 그 강을 이리저리 넘나드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만났고 동지는 다시 적으로 돌아섰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여러 차례 찾은 윤 대통령, 유 변호사를 공천한 국민의힘 사례는 정치가 역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7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된 검사들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탄압받던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했고, 한 위원장은 그 검찰청의 특별수사 책임자(3차장)로 발탁됐다. 두 사람은 '박근혜 유죄'에 큰 공을 세웠고 ‘다스 주인은 이명박'이라는 걸 밝혔다.
그래서 두 사람은 자연히 더불어민주당의 비호를,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의 공격을 받았다. 장제원 의원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장모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등 ‘윤석열 저격수’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탄핵의 강'을 지나 ‘조국의 강’에 다다르자 아군과 적군이 싹 뒤바뀌었다. 윤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강행하자, '가장 잘 드는 두 칼'은 '가장 말 안 듣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았다. 윤 대통령을 “형” “의로운 검사”라고 추켜세웠던 박범계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자세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적이 친구가 됐다. 검찰을 뛰쳐나간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명맥을 이은 당에 들어가 대통령이 됐고, 장제원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탈바꿈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대했고, 이후에도 그의 자택을 찾았다. 자신이 구속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하며 은전을 베풀었다.
국정농단은 엄연히 존재했던 '부정한 행위'였고, 기소된 관련자 88%가 유죄를 받았던 '조직적 범죄행위'였다. 여기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달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탄핵의 강을 사이에 두고 빈번하게 일어났던 △도강 △귀순 △화해 △재반목으로 인해, 7년이 지난 지금은 국정농단에 대한 사법적 평가마저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는 결과를 맞게 됐다.
한국일보의 법조인 50인 인터뷰에 응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정치적 상황이 사법 판단을 침해한 이 상황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정치에서는 정무적 판단이나 국민의 요청이라는 말로 사분오열하고, 합종연횡하는 것이 다반사인 것은 인정한다”라면서 “그러나 국정농단에서마저 사법의 영역에 정치의 영향이 스며든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