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선거가 1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푸틴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승리 그 자체보다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라는 평가가 나온다. ①높은 투표 참여율 ②압도적 득표율 ③선거 기간 동안 아무런 저항∙반발이 일어나지 않는 게 이를 좌우하는 요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러시아 시민 약 1억1,230만 명과 해외 거주 러시아인 약 190만 명에게 이번 대선 투표권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하루가 아닌 사흘 동안(15~17일) 투표가 진행되는 것도, 일부 지역 한정이기는 하지만 전자 투표 제도를 도입한 것도 역대 처음이다.
그러나 결과는 앞선 4번(2000년, 2004년, 2012년, 2018년)의 대선에서처럼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국영 여론조사센터(VCIOM)의 지난달 25일 조사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79.6%였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 소속 러시아 전문가 토마스 그레이엄 연구원은 7일 보고서를 통해 "푸틴은 승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는 자신이 러시아 정치 체제의 주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겨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①투표 참여율이다. '이미 답이 정해진 선거'에서도 주민들이 몸소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높은 충성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크렘린궁은 지역 지도자들에게 특정 투표율(아마도 70~80%)과 득표율을 달성하도록 임무를 부여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 공무원은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투표 참여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들에게는 투표 참가 인원도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대선 투표율은 67.5%였다.
②경쟁 후보와 얼마나 큰 격차를 내고 승리하느냐 또한 푸틴 대통령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로서는 푸틴 대통령의 압승이 점쳐진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을 제외한 3명은 친(親)푸틴 인사이거나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고, 푸틴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보리스 나데즈딘 등은 서류 제출 오류 판정을 받아 후보 등록조차 못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4개 지역(자포리자, 헤르손, 도네츠크, 루한스크) 주민도 선거에 참여하는 만큼, 이들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받는다면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당성까지 부여받을 수 있다. 지난달 옥중 사망한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생전 "푸틴은 이번 선거를 '전쟁 승인 투표'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2018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득표율 76.7%를 기록, 공산당 후보로 나선 파벨 그루디닌(11.8%∙2위)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③선거 기간 동안 자신에 대한 비판 시위 등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러시아 정권 차원에서 정권 규탄 목소리를 사실상 금지∙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나발니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를 비롯한 푸틴 대통령 반대자들은 투표소에 나와서 다른 후보에 투표하는 등 체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반대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