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선두 지키기 위해...SK하이닉스, "패키징에 1조3000억 원 이상 투자한다"

입력
2024.03.07 18:00
이강욱 부사장 블룸버그 인터뷰


SK하이닉스가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에서 패키징 개발을 이끄는 이강욱 부사장의 말을 인용했는데,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체 예산의 10%가량을 후공정에 투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예산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업계는 105억 달러(약 14조 원)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회사 전체 투자의 10분의 1을 패키징 공정 개선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최우선 순위가 이쪽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반도체 전력 소비를 줄이고 성능을 높여 HBM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SK하이닉스는 본딩(접착) 기술인 몰디드 언더필(MR-MUF)과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 고도화에 신규 투자의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HBM은 D램 반도체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품인데 여러 겹의 반도체가 한꺼번에 작동할 때 생기는 발열 문제로 수율(정상 제품 비율)이 기존 제품보다 낮다. SK하이닉스는 이 한계를 해결한 독점 기술로 HBM 시장 1위를 달성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시장은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4%로 1위, 삼성전자가 41%로 2위, 마이크론이 5%로 3위를 차지했다.

이 부사장은 2002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수석엔지니어로 입사해 TSV 기반 3D 패키징 기술 개발을 이끌었고 그 작업은 HBM 개발의 기초가 됐다. 그는 2018년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첫 50년은 칩 자체의 디자인과 제조에 관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앞으로 50년은 후공정, 즉 패키징이 전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