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괴물' 적응력...대전 마운드도, 로봇 심판도 완벽 적응

입력
2024.03.07 16:52
21면
12년 만에 대전 마운드 실전 등판
문동주와 선발 맞대결 펼쳐
3이닝 1실점...직구 최고 143㎞
"로봇 심판, 생각했던 대로 콜 올라가"

한화로 돌아온 류현진(37)이 '괴물' 같은 적응력을 보였다.

12년 만에 돌아온 대전 안방 마운드도, 처음 경험하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인 '로봇 심판'도 완벽하게 적응했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칼날 제구'는 여전했고, 직전 라이브 피칭 때 시속 139㎞에 그쳤던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3㎞까지 끌어올렸다.

대선배의 명불허전 투구에 선발 맞대결을 펼친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21)도 놀라움을 나타냈다. 기록은 3이닝 무실점의 문동주가 류현진(3이닝 1실점)보다 나았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이나 안정감은 역시 류현진을 따라갈 수 없었다.

문동주는 "투구 내용만으로는 내가 졌다"며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과정에서는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류현진은 경기를 더 하고 정규시즌 긴장감이 더해지면 140㎞ 중반대도 나올 것 같다"면서 "문동주는 구위도, 제구도 정상 컨디션으로 안 보였다. 점검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의 자체 연습경기는 한국 야구 전설과 미래의 선발 맞대결에 '가을 야구'를 방불케 하는 취재진이 몰렸다. 또 경기장 사정상 관중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 한화 구단은 자체 유튜브로 생중계를 했는데, 동시 최고 접속자는 역대 최다인 7만997명을 찍었다.

이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인 2012년 10월 4일 넥센(현 키움)전 이후 4,172일 만에 대전 마운드를 밟았다. 출발은 상쾌했다. 1회초 세 타자를 삼진 2개와 내야 땅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2회초에는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고 후속 타자 이진영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이어진 하주석 타석 때 폭투로 1사 3루 실점 위기를 맞았고, 하주석은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1·3루 위기에서 7번 이재원의 중견수 뜬공으로 첫 실점을 했고, 8번 이명기를 1루수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3회초엔 다시 삼자범퇴로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총 46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불펜으로 이동해 20개가량 공을 더 던지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기록은 3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이다. 투구 수 46개 중 스트라이크는 30개, 볼은 16개다. 직구(23개)를 가장 많이 뿌렸고 커브(10개), 체인지업(9개), 커터(4개)도 섞어 던졌다.

류현진의 상대편에서 선발 등판한 문동주는 3이닝 2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56개였고, 직구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8㎞를 찍었다.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님과 등판하는 영광스러운 자리가 주어졌는데, 내가 부족했다"며 "실제 마운드에서 던지는 걸 처음 보니까 '역시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편하게 던졌다"며 "준비했던 50개를 다 채워서 이날 할 수 있는 건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12년 만에 대전 마운드에 오른 느낌에 대해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재미있게 경기 했다"며 "관중의 응원 소리를 들으면 또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처음 경험한 로봇 심판은 비교적 만족감을 나타냈다.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던진 공 1개 정도 빼고는 거의 다 생각했던 스트라이크 콜이 올라갔다"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12일 KIA와 홈 시범경기에 팬들 앞에서 출격하는 그는 "팬들이 많이 반겨주는 걸 보니 잘 돌아온 것 같다"며 "힘 괜찮고, 경쟁력이 있을 때 와서 스스로도 만족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 =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