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첫 방문인데... 그리스 총리 300m 앞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

입력
2024.03.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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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초타키스 "대피 시간 없었다"
젤렌스키 "더 많은 방공망 필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를 방문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의 코앞에 러시아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미초타키스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던 중이었다. 양측 모두 가까스로 피해를 면했지만, 자칫 '더 큰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뻔한 위기 상황이었던 셈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모스크바 기준 (6일) 오전 11시 40분 우크라이나 군대의 무인 해상 드론(무인기)이 있는 오데사 항구 인근 격납고에 고정밀 미사일 공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습으로 5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핵심 통로이자, 주요 해군 기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미초타키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있었다. 양 정상이 오데사 항구 인근을 시찰하며 역내 기반 시설에 대한 러시아군의 지속적 공격,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의 어려움 등을 이야기한 뒤, 이동을 위해 차량에 오를 때 큰 폭발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주변을 뒤덮었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미초타키스 총리와 일행의 차량 행렬이 있는 곳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러시아 공격이 가해졌다"고 FT에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잔혹함을 국제사회에 좀 더 명확히 알리기 위해 전쟁 중에도 타국 정상과 주요 국제기구 수장 등을 우크라이나에 초대해 왔으나, 이번처럼 회동 장소와 가까운 곳이 러시아군 공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게다가 미초타키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이기도 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공습 경보를 들었지만, 방공호로 대피할 시간조차 없었다"며 "뉴스를 통해 전쟁을 접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강렬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은 최전선의 군인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한 시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국민의 완전한 자유를 바라면서 그리스는 늘 우크라이나 편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과 관련, 서방이 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러시아)은 어느 장소든, 누구든 상관없이 공격하고 있다"며 "흑해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대공 방어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