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가 전공의 집단사직 등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뭘 잘못했냐"는 취지로 항변했다. 해당 간부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에 대해서는 "대낮에는 텅 비어있다"고 말했지만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인숙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근 국민들이 의사들을 향해 '직역 이기주의에 빠졌다'고 지적하는 것과 관련해 "의사들이 자괴감에 빠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여태 선의를 갖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하면서 밤낮으로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전 국민의 왕따, 밉상이 됐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가 뭘 잘못했나. 소통을 잘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국민 눈높이로 안 보고, 일부 의사들의 일탈도 있는데 그건 언론의 책임도 있다"며 "어느 집단에나 이상한 사람들 있지 않나. 이걸 (언론이) 침소봉대하는 게 참 의도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오히려 언론을 비판했다. 이어 "국민한테 그래서 병원 가기 어려웠냐는 걸, 정말 의사가 없어서 병원이 없어서 고생했냐는 걸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도 침소봉대돼 있는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말한 뒤 번복하며 "큰 아파트 단지에선 (부모가) 출근하기 전에 아이들 데리고 가서 그때 오픈런이 되고 5시 이후에 어린이집 끝나고, 학교 끝나고 그때 또 많이 오는데 대낮에는 텅 비어 있다"며 "오픈런까지 없으면 경영이 안 된다"고 답했다.
박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해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이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오픈 시간에 몰려들기 때문에 오픈런이 발생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실제로 오픈런을 해야만 점심시간 무렵 겨우 진료를 볼 수 있고, 일부 소아과는 오후에 가면 접수가 마감되기도 한다.
박 위원장은 응급실 뺑뺑이와 관련해서는 "응급실이 너무 분산돼 있다. 의대 40개에 다 세부 전공의들이 골고루 갈 수가 없다"며 "여기 가면 신경외과가 없고, 저기 가면 흉부외과 없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실에 너무 경증 환자가 많고 술 취한 사람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의료 수요 증가 대비 의사 수 증가가 미미하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이를 두고 진행자가 "의사가 모자란다는 윤 대통령 지적이 맞지 않으냐"고 묻자 박 위원장은 "맞긴 뭐가 맞냐. 의료비가 느는 건, 과학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약이 나오면 전에 나온 약보다 굉장히 비싸고, 새로운 시술이 나와서 의료비가 느는 거지 그것과 의사 수는 같이 갈 수 없는 거다. 비교할 걸 비교해야 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