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노부부가 주민들을 위해 버스 대합실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한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마을 이장들은 대합실 난방용 연탄을 기부하는 등 부여는 지금 '선행 바이러스'가 훈훈한 봄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다. 선행 바이러스의 진원지는 인구 2,2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마을,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다.
부여군 외산면사무소에 따르면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부여읍내 병원에 가거나 물건을 사러 시장에 가는 노인들이다. 외산면과 부여읍내를 오가는 버스는 하루 41대다. 하지만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외산면 만수리에는 버스 대합실이 없었다. 비바람과 추위를 피할 대합실 같은 공간이 없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지역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정성열(71)·허경희(70) 부부는 이발소 한쪽을 벽으로 막고 연탄난로와 냉장고, 의자 등을 놓아 편안하게 버스를 이용하도록 사비를 들여 대합실을 꾸몄다. 정씨 부부는 깨끗하게 단장된 대합실을 지역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정씨 부부는 이른 아침과 저녁에 연탄난로 불을 피워,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고 있다.
정씨 부부의 선행이 알려지자 마을 이장들도 연탄 500장을 기부했다. 만수리 이장 김준현 씨는 "정씨 부부가 버스 대합실을 제공했는데, 우리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모아 연탄을 기부했다"며 "아직 시골 인심은 살아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장성열·허경희 부부는 “주민들은 대부분 이발소 고객들"이라며 "내가 주민들로부터 받은 게 많았는데, 대합실을 내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