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광재(59)의 커리어는 탄탄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고, 보수의 아성을 뚫고 강원도지사에 올랐다. 3선 국회의원에 국회사무총장도 거쳤다. 국정과 지방 행정, 입법 경험을 두루 갖춘 그에게도 분당갑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단 한 번(2016년) 이겼을 만큼 험지로 꼽힌다.
이광재 후보는 "분당을 성공 모델 삼아 이미지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정치를 보여주겠다. (분당갑 출마는) 정치인 이광재의 총결산"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던 '바보 노무현'의 신화를 '바보 이광재'가 분당에서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후보는 "종소리가 멀리 가려면, 종이 아파야 하지 않겠느냐. 분당에서부터 대한민국 종소리를 바꾸겠다"고 했다.
-분당갑에 자청해 왔는데.
"실적으로 성공하는 정치 모델을 만들고 싶어서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말과 이미지만 있고 성과가 없다는 거다. 지역구를 표밭이 아니라 일터로 여기는 사명이 필요하다. 정치가 무엇이냐. 결국 잘 먹고(경제성장), 잘 사는(삶의 행복) 것이다. 대한민국 IT(정보기술)의 산실인 판교를 품은 분당을 일자리, 주거, 교육, 의료, 문화, 노후 걱정 없는 자급자족 가능 도시로 만드는 게 꿈이다. 카이스트 부설 과학영재고를 유치하고, 미국 명문 토머스제퍼슨과학기술고 등과 연계프로그램을 운영해 분당에서 키운 인재가 판교로 돌아와 일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
-분당 신도시가 벌써 30년이 넘었다. 재건축이 핫이슈다.
"분당이 더 행복한 미래도시로 재도약할 기회다. 사업성은 갖추되 분담금은 늘지 않는, 경제성 높은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주민들 목소리를 듣고 함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재건축 이슈가 걸려 있는 서현동 시범단지 아파트로 이사를 온 이유다. 분당 재건축의 운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겠다."
-상대 후보인 안철수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권 밖에 있을 땐 제가 먼저 서울시장 후보로 권유했을 만큼 가치를 높게 봤다. 하지만 지난 세 번의 대선을 거치며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실망을 넘어 절망의 한계치까지 가지 않았나. (안 의원에게) 어떤 미래가치가 있을까. 이준석 전 대표와 말싸움만 일삼는 게 국민 삶을 개선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
이 후보는 안 의원이 이미지 정치, 평론가 정치에만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메시가 기타 잘 치고 노래를 부른다고 연봉 오르지 않는다. 축구를 잘해야 한다. 안 의원은 의사 출신 아닌가. 당장 의대 정원 문제로 온 나라가 걱정이 큰데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나. 양쪽이 그저 잘 대화하라? 이런 평론가 정치 때문에 대한민국이 표류하는 거다. 이미지가 아니라 실력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이 후보 캠프에는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 있던 한형민 전 청와대 행정관, 비영리민간연구소 랩(Lab)2050 이원재 대표가 최근 합류했다. 이 후보는 안 의원에게 재건축 등 지역 현안을 다룰 정책 토론을 제안했지만, 안 의원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보수 중도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나라가 예측 불가능하게 운영되는 것에 불안감이 큰 것 같다. 여당의 공천만 해도 그렇다. 노동, 연금, 환경 등 국가 어젠다를 끌고 갈 인재가 없다. 물론 야당이라고 잘한 건 없다."
-공천 내홍 탓에 민주당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왜 이렇게 싸우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단합만 잘하면 표를 줄 텐데 그걸 못한다는 거다. 공천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경선을 많이 하면 좋았겠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다."
-이재명 대표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텐데.
"통합 선대위를 빨리 꾸려야 한다. 반전을 모색할 마지막 기회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불출마한 이탄희 의원 등을 앞세워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이재명 대표의 시간이다."
-당권 도전은 안 하나.
"정치의 성공 사례가 있어야 여의도도 혁신할 수 있다. 지금은 분당을 대한민국 대표도시로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