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은 정치로, 경제학은 경제로, 사회학은 사회로 모든 걸 설명하려 든다. 그러니 이런 유의 책도 필요해진다. 심리학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을뿐더러, 설명하려 들지도 말라는 심리학.
가령 이런 것들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월터 미셸 연구팀은 마시멜로 먹는 걸 15분간 참아낸 아이들을 추적 조사해 보니 다 성공했더라,라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냈다. 무려 '미국'에, '스탠퍼드'에, '사이언스'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성공의 방정식이 됐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기다려" 훈련만 반복하면 노벨상이라도 타올까. 마시멜로의 심리학이란 아이들을 손쉽게 통제하고픈, 복잡하지 않은 성공 방정식을 찾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1988년 독일 심리학자 마틴 스트랙은 입에 볼펜을 물려서라도 얼굴의 웃음 근육을 움직이게 하면 진짜 행복해지더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진짜 웃게 된다는 행복 바람이 불었다. 반복되는 검증 실험 끝에 얻은 결론은 이렇다. 억지로 웃으면 잠시 행복해지긴 하지만 효과는 5분 남짓, 때에 따라선 '속았다'는 불쾌감만 높였다. 억지 웃음의 심리학은 행복해지자는 강박적 심리 덕분이다.
영화 중간에 사람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짧게 콜라 그림을 넣으면 어느덧 콜라를 찾더라는 제임스 비카리의 잠재의식 광고 이야기는 어떨까. 이 또한 여러 반복 실험 끝에 얻은 결론은 원래 콜라를 마시고 싶어 한 사람이 콜라를 고를 가능성은 살짝 높여주지만, 그 외엔 별로 효과가 없더라는 것이었다. 콜라 실험의 심리학은 나와 달리 남들은 쉽게 조종당한다고 믿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그건 심리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만'의 저자인 심리학자 최승원은 심리학을 공부한 덕에 확실히 후회와 실수가 줄었다고 한다. 척 보고 상대 심리를 알아내서가 아니라, 사람은 너무 쉽게 속는 존재라는 걸 알게 돼서다. 인간 심리는 오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