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5일(현지시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1년 11월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상승세가 결국 새로운 기록까지 작성하면서 앞으로의 관심사는 얼마나 더 오를지다. 전망은 엇갈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월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효과가 이제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전망이 있는 반면, 4월 이후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투자 신중론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이날 0시(미국 서부 기준)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기존 최고가였던 약 6만8,990달러를 넘어섰다. 최고가 터치 직후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며 한때 비트코인 가격은 5만9,000달러대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서서히 가격을 회복하면서 5일 오후 8시 기준 6만3,00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2021년 절정의 활황기를 보낸 비트코인은 이듬해 '가상화폐의 리먼 사태'로 불리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세계 3대 가상화폐거래소 FTX 파산 등 초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가상화폐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으나,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 지난해 10월 이후 160% 급등했다. 올 2월에만 40% 정도가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지난 1월 SEC의 현물 ETF 승인 영향이 컸다.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뒤 총 73억5,000만 달러(약 9조8,120억 원)가 유입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여기에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4년 만의 반감기가 가까워지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시장이 강세장으로 전환된 것도 상승을 부추긴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고점을 계속 갈아 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화폐회사 앵커리지 디지털의 나단 맥컬리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강세장의 시작일 뿐, 아직 정점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연준이 이달 양적 긴축(유동성 회수)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 희망 섞인 관측이다.
금융투자사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창업자는 "올해 말 15만 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매트 휴건 비트와이즈에셋매지니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연말 비트코인이 8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던 당초 전망을 최고 20만 달러로 수정했다.
그러나 거품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크다. JP모건 체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4월 이후 4만2,000달러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는 반감기 도래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으로, 4월 말쯤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반감기를 전후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날만 해도 최고치를 찍은 직후 15% 가까이 폭락하는 등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널뛰는 성격이 강하다. 라지브 밤라 무디스 디지털 금융 수석부사장은 "가상화폐 시장의 앞날은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자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