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긴급 보수 공사 때문에 길이 막힌다는 이유로 민원에 시달리던 임용 1년 차 공무원이 숨졌다. 고인과 함께 일한 동료 공무원은 그 충격으로 연가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40분쯤 인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9급 공무원 A(3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A씨를 발견했을 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임용된 A씨는 최근 김포한강로 긴급 보수 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로 편도 3차로 중 2개 차로를 통제해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졌고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졌다.
김포 지역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도로 긴급 보수 공사 담당 주무관인 A씨의 실명과 소속 부서, 유선 전화번호까지 올라왔다.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등의 악성 댓글도 달렸다.
민원인들의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터넷에 신상을 공개해 공격을 받게 하는 이른바 ‘좌표찍기’ 표적이 된 A씨는 주변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7월 정기 인사에서 다른 부서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명랑하고 밝았던 A씨가 최근 말이 없어졌고 무척 괴로워했다”며 “A씨와 2인 1조로 일한 동료 공무원은 심리적 충격을 받아 연가를 신청했다다”고 설명했다.
해당 카페 운영자도 공지글을 통해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돼 있다는 점에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며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 털기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A씨 유족 측은 인터넷 카페에 A씨 신상을 공개하고 악의적이라고 판단되는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김포시도 유족, 공무원 노동조합과 진상 조사를 하고 경찰 고발에 나서는 한편 A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김포시청 본관 앞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돼 8일까지 운영되며 김포시 모든 공무원이 검은 리본을 착용한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포시 공무원 노조도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 김포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