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미국 인도 결정이 무효화됐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형사소송 조항의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 이에 권씨는 미국 대신 한국으로 인도하는 것이 법적으로 맞다며 항소했다.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 정도인 한국과 달리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암호화폐인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폭락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 규모는 50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증권 사기, 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권씨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그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의 결정에 따라 권씨의 인도국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한국 법무부는 이날 "아직 몬테네그로 측으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외교부와 긴밀히 협력해 범죄인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