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성명·항의·사직… 의대 교수들 집단행동도 '현실화'

입력
2024.03.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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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교수들 증원 반대하며 삭발
울산대는 "행동 나설 수도" 성명서
서울대 의대선 학장 사퇴요구 나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상대로 한 면허정지 절차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제자들을 지키겠다며 삭발 투쟁을 하거나 소송을 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교수들도 적지 않은데, 전공의 대신 종합병원을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들마저 일을 그만두면 의료 현장에 대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입학정원 증원처분 등 취소 소송을 냈다.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복지부 장관에게 고등교육법상 대학교 입학 정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으므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결정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다. 법률대리인인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이해당사자인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의 의견수렴을 전혀 하지 않아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반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이 지속되자 의대 교수들은 직접 행동에도 나섰다. 이날 강원대 의대 교수 10여 명은 학교 측의 일방적 의대 증원 신청에 반발하며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강원대는 기존 의대 정원(49명)의 3배인 140명으로 인원을 늘려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삭발식에 참여한 교수들은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대학 본부가 교수 의견과 달리 일방적인 140명 증원을 신청함으로써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등 3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의대 교수들은 3일 전공의 처벌에 대한 반대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문을 통해 "정부가 현재의 파국을 막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키려면 협상의 자리로 나와 우리의 호소에 귀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정부의 사법처리가 현실화한다면 스승으로서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명한 교수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윤우성 교수 역시 전날 SNS에 사직의사를 밝혔다.

집단 사직서 제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연세대·고려대 의대 교수의회는 지난달 24일과 28일 각각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 일부도 전날 열린 긴급 교수간담회에서 전공의를 보호하지 않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사직 △겸직 해제(의대 강의만 하고 병원 진료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 등 집단행동 방식을 두고 투표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