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거센 압박에도.... 의대 증원 신청 더 늘린 대학들

입력
2024.03.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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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가 있는 전국 대학 40곳이 내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을 3,400명 넘게 늘려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정부의 증원 목표(2,000명)는 물론 지난해 수요 조사 결과를 크게 뛰어넘는다. 대규모 증원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 학생들의 주장을 대학 측이 전면 배척한 셈이다.

교육부가 현재 의대를 두고 있는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그제 자정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수도권 930명, 비수도권 2,471명 등 총 증원 신청이 3,401명에 달했다. 작년 10월 수요 조사에서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 증원을 요구했는데 당시 최대치보다도 500명 넘게 늘어난 것이다.

물론 대학들이 일단 의대 정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보자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의대 정원이 곧 대학 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일 것이다. 일부 대학은 현 정원의 5배 이상을 신청했다고 하니 대학별로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 질 저하를 내세운 의대학장 등의 압박에도 대학들이 외려 신청 규모를 늘린 데는 “지금부터 준비하면 된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의대 입학 후 2년의 예과 과정에선 대부분 기초의학이나 교양 수업을 듣는다. 내년부터 정원을 늘리더라도 실습 등 본과 교육 여건을 마련하기까지는 3년 이상의 여유가 있다. 정부도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뉴스위크가 뽑은 ‘2024 세계 최고 병원’을 보면 250위 안에 17개 한국 병원이 이름을 올렸지만 이 중 비수도권 병원은 단 1곳이다. 15개 병원 중 7곳이 비수도권인 일본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러니 비수도권 환자들에게 ‘상경 치료’가 일상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좋은 의료진이 충분히 있는 곳이 대형병원”이라며 “지방에서 의대 증원 혜택을 더 확실히 누리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아픈 국민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현실을 이젠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