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판매장려금(보조금) 담합행위를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 이후 공정위는 1년 넘게 통신 담합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방통위는 최근 공정위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주 공정위에 단말기 유통법과 행정지도 내용 전반이 담긴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문서 형태로 방통위 입장이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지난달 단통법 판매장려금과 관련해 관계자 면담을 진행했다. 방통위는 의견서에 이동통신사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은 담합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입 유형별로 차별을 금지하고 과도한 경쟁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단말기 유통법 내용과 행정지도 내용에 대해 적었다"며 "공정거래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통신 담합'은 통신 3사가 영업정보를 공유해 휴대폰 판매장려금을 30만 원 이하로 유지하려 한 담합 혐의를 말한다. 방통위는 판매장려금이 업체 간 불법 지원금 지급 경쟁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해, 판매장려금이 30만 원을 넘지 않도록 규제해왔다. 윤 대통령이 작년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든 수단을 열어 두고 통신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시작됐다.
방통위의 의견서 제출로 공정위가 사건을 결론 내리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해 말 이 사건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공정위가 통신사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보낸 뒤 전원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경우, '행정지도로 촉발된 담합의 부당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와 '통신사의 행위가 행정지도를 어느 정도로 넘어섰는가'가 위법성을 가르는 주된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정위는 담합의 원인이 행정지도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담합을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행정지도에서 기인한 담합이더라도 구속력 등 따져 볼 쟁점이 있다"며 "이동통신시장에서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넘어선 통신 3사 간 별도의 담합 혐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