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서핑하러 갔다가 하반신 마비"…휠체어 탄 치과의사가 겪은 일

입력
2024.03.04 16:04
"준비 운동 없이 서핑했다가 허리 충격"
'파도타기 척수병증' 겪어 마비 진행돼

강원 양양군에서 서핑을 하다가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진료를 보는 치과의사 김보현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김씨는 충분한 준비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처음 서핑을 하는 이들을 향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구독자 78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은 1일 '하루아침에 하반신 마비가 된 이유와 생각보다 너무 위험한 이 행동'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날 영상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치과 진료를 하는 교정 전문의 김보현씨가 출연해 "진료를 마치고 병원에서 퇴근했다가 다음 날 같은 병원 응급실에 환자로 들어왔다"며 하반신 마비를 겪은 이유를 밝혔다.

사고는 김씨가 휴일에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서핑을 하러 갔다가 발생했다. 그는 "조금 늦게 도착해 준비운동을 제대로 안 하고 혈액 순환도 안 된 상태에서 서핑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서핑 보드 위에서 파도를 따라가기 위해 팔을 젓는 동작인 '패들링'과 허리를 세웠다가 접는 자세를 반복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허리 쪽 혈관에 무리가 갔다"며 "충격 때문에 혈관이 부었고, 혈관이 좁아져 혈액 공급이 안 됐다. 이 동작이 반복되면서 신경이 죽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는 "물 안에 있을 때는 부력 때문에 몰랐는데 백사장에 나오니 다리에 힘이 쭉 빠져서 주저앉았다"며 "강습 업체도 모르니까 '쉬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떠올렸다. 결국 신경과를 전공한 지인에게 연락해 조언을 구했고 '빨리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119를 불렀지만 당시 혈액 공급이 안 되면서 "발끝부터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올라왔다"고 했다.

김씨가 겪은 일은 서핑을 하다 종종 생기는 신경병증으로 일명 '파도타기 척수병증(surfer's myelopathy)'이었다. 하와이 등 태평양 일대 휴양지에서는 여러 사례가 보고됐으나 국내 발병 사례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해 강습업체는 알지도 못했고, 응급실에서도 잘 모르더라"며 "다음 날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겼고 그때부터 완전 마비 상태로 움직임도 감각도 없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개선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의 사연을 공개하며 "요즘 서핑을 많이 가는데 이런 마비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특히 "서핑을 처음 가는 남자들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충분한 준비운동이 안 됐을 때 이런 증상이 오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핑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이런 위험성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엄청 크다"고 덧붙였다.

약 7개월 동안 입원했다가 휠체어를 타고 진료 현장으로 돌아온 김씨는 "가족들이 제게 힘을 줬고 무언의 응원들을 느끼면서 '빨리 복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10시간, 15시간 진료해도 괜찮다"며 "신경통과 저림이 항상 있지만 진료를 하면서 다른 데 집중하면 통증을 못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 입장을 겪어 보니 의사의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걸 느껴서 아무리 바빠도 설명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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