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주력 군함 ‘판옥선’ 복원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가 계약 전문 용역업체까지 동원했지만 선박 제작업체 선정 작업이 한 달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남 거제시의 ‘짝퉁 거북선’ 전철을 피하기 위해 도입한 ‘계약 전문 용역업체’가 암초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4일 보령시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마감한 판옥선 제작업체 선정 입찰 결과, 한 개 업체만 참여해 계약이 자동 유찰됐다.
시 관계자는 “2022년 11월에 수립한 '충청수영 판옥선 복원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판옥선을 복원하고, 내부에 역사교육과 선박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전시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51억8,000만 원이 투입되는 큰 사업이지만 선박 제작업체 선정부터 순탄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찰에 따른 입찰 재공고 등 후속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지만 보령시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다. △유찰 후 2주 이내에 재공고하거나 △선박 제작업체의 자격 기준을 낮춰서 새로운 공고를 해야 했지만 보령시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시가 망설이는 데에는 허술한 입찰 방식에 대한 비판 우려 때문이다. 이선규 보령시 미래전략국장은 "계약 전문 용역업체 A사를 통한 판옥선 제작업체 선정이 유찰 사태에까지 이른 것은 예상치 못한 실수"라며 "재공고 또는 새로운 공고를 할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재공고 또는 새로운 공고 시 계약 전문 용역업체를 사업에 끼운 것 등 부실 용역이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여한 선박 제작업체가 한 개밖에 없어 유찰됐던 만큼 입찰 참가 기준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부실 판옥선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거제시의 경우 2011년 16억 원을 들여 거북선을 제작했지만 부적합한 목재 사용으로 선체 부식, 뒤틀림이 발생, 유지관리 비용만 수억 원이 들어 결국 폐기했다. 거제시 사건은 부실한 선박 제작업체 선정 탓이었다.
보령시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자 ‘시 계약부서가 해도 될 것을 계약 전문 용역업체와 맺은 수의계약 때문’이라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2,200만 원을 주고 A사에 용역을 맡겼는데, A사는 국내 선박 제작업체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런 업체가 선박 제작업체의 입찰 참가 기준을 높게 잡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보령시는 A사 용역 결과에 따라 판옥선 제작업체의 참여자격을 '최근 5년 이내 1건당 15억 원 이상 규모의 조형물(판옥선 형태)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등에서 수주해 제작·설치한 실적이 있는 업체'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