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은 줄고, 신혼부부 25%는 딩크족… 저출생 반등 요원

입력
2024.03.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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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10년간 40%↓… '결혼 필요성' 인식 감소
'결혼하면 출산' 공식 깨져… 딩크족 비중 최대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박모(33·여)씨는 결혼 생각이 없다. 박씨는 "여성 재취업센터에서 일하던 지인이 정작 본인 결혼·임신으로 휴직을 했다가 경력단절여성이 된 경우를 봤다"며 "겨우 직장에 자리 잡았는데 다시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일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살림을 꾸린 김모(36·남)씨는 결혼 6년 차지만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 김씨는 "높은 집값, 생활비에 맞벌이로도 빠듯해 아이까지 있으면 죽겠구나 싶다"며 "양가 부모님 노후까지 생각하면 양육비, 사교육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매년 역대 최저로 추락하는 합계출산율(2023년 0.72명)은 반등할 수 있을까? 정부는 코로나19로 미뤘던 혼인이 재개되고, 평균출산연령(2022년 33.53세)에 도달하는 인구수 등을 고려하면 2025년부터 출산율이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력단절을 우려한 여성들의 결혼 기피, 치솟는 집값과 교육비 등을 고려한 선택적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맞벌이 무자녀 가정)'의 증가 같은 세태를 보면 출산율 반등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잠정)는 19만3,673건으로 10년 전(32만2,807건)에 비해 40% 감소했다. 2011년부터 줄다가 2022년보다는 소폭(1%) 늘었다. 코로나19로 미룬 결혼이 이뤄진 영향이란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혼인건수가 출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반등 여지가 있다"며 "향후 정책 효과에 따라 1명대까지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출산율이 자연적으로 오르긴 어려워 보인다. 우선 결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실제 2022년 사회조사에서 '결혼은 해도,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한 비율은 43.2%로 가장 높았다. 앞서 2012년 조사 때 응답(33.6%)보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 셈이다. '반드시 해야 한다'(20.3%→15.3%), '하는 것이 좋다'(42.4%→34.8%)는 긍정적 인식은 사그라들고 있다.

결혼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다. 2022년 조사를 보면 △'결혼자금(혼수·주거 등)이 부족해서' 28.7% △'직업이 없거나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 14.6% △'결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13.6% △'출산·양육이 부담돼서' 12.8% 등의 순이었다. 주거·고용 환경의 압박, 출산·양육의 시간·경제적 비용 부담 등이 결혼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인데, 현재도 이런 부담이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기대처럼 '혼인=출산'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2015년 15.8% 수준이던 '딩크족' 은 2022년 24.9%까지 올라 5년 이내 결혼한 신혼가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 사회조사에서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 3명 중 1명(34.7%)이 부정적 답변(전적 반대+약간 반대)을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이 키우기 힘드니 결혼해도 낳지 않겠다'는 세태가 반영된 통계들이다. 첫째를 낳아 육아를 경험한 후, 둘째를 낳지 않는 경우도 급격히 늘고 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의 인과를 전제로 한 현 저출산 대책들이 젊은 세대 인식과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결혼, 출산이 이들에게 전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닌 상황에 반등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주거·소득 문제 해결은 물론, 돌봄으로 인한 사회경제활동 단절 등 삶의 질 하락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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