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서 '좀비기업' 퇴출 속도 낸다…'옥석 가리기'로 밸류업

입력
2024.03.0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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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상폐까지 최대 4년…"기간 단축 필요"


금융당국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상장 폐지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해 전체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대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에서 부여하는 개선 기간을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적격성 심사는 현행 3심제에서 2심제로 생략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이거나 매출액 50억 원 미만 등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 코스닥에서는 2회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 2년 연속 매출액 30억 원 미만 등이다. 또 사업보고서를 내지 않거나 '한정 의견', '의견 거절' 등의 감사 의견을 받은 경우도 폐지 사유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런 사유가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를 거치는데, 최대 4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문제는 개선 기간 중 대부분 기업들이 거래 정지가 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인다는 데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으나 개선기간이 부여돼 거래정지 상태에 놓인 상장사는 71개 사로, 이들의 시가총액 규모는 8조2,144억 원에 달한다. 이런 '좀비기업이' 주가조작 세력이나 기업 사냥꾼의 타깃이 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지적돼 왔다.

금융당국은 개선기간을 단축해 거래정지 기업에 묶인 자금을 풀고 정상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게 해 증시의 활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상폐까지 개선 기간이 최대 4년이 주어지는데 그사이 보통 거래정지가 돼 주주들의 피해가 컸다"며 "이 기간을 줄여 시장을 효율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상장 유지 요건 강화도 들여다보고 있다. 주주환원 등 주주 친화 방안이 요건에 해당될지 관심이 모인다. 이로 인해 강제성이나 페널티가 없다고 지적받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보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8일 "상장 기업도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거래소 퇴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며 "주주환원과 관련한 특정 지표를 만들어 그 지표에 미달했을 경우에 대한 연구 단계의 논의가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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