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은 몸속 노폐물을 거르고 적혈구 생성이나 비타민 D 활성도 담당한다. 하지만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고 기능도 점점 떨어진다. 그런데 콩팥에 문제가 생겨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상당히 콩팥병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예방과 조기 발견·치료가 중요하다.
3개월 이상 콩팥에 손상이 생겼거나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만성콩팥병’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2년 13만7,003명에서 2022년 29만6,397명으로 10년간 2배 넘게 증가했다.
70세 이상에서는 26.5%의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연간 진료비도 849만 원이니 된다. 3월 둘째 주 목요일(7일)은 만성콩팥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한 ‘세계 콩팥의 날’이다.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이다.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받는 환자의 경우 당뇨병·고혈압 환자가 70% 정도를 차지한다.
사구체신염은 콩팥의 사구체(絲球體)에 염증이 생겨 손상을 입는 질환이다. 콩팥에 있는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는 몸에서 혈액이 여과돼 소변이 만들어지는 첫 번째 장소이자 콩팥의 거름 장치에 해당한다.
만성콩팥병은 사구체여과율(GFR)에 따라 1~5기로 구분한다. 5단계인 콩팥 기능을 잃게 되는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면 투석(透析)이나 콩팥이식 등 ‘신(腎) 대체 요법’을 시행한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정상인도 40대 이후부터 사구체여과율이 매년 1mL/분/1.73㎡ 정도 줄어든다”며 “하지만 혈관 손상을 일으키는 당뇨병·고혈압을 오래 앓았거나 콩팥 손상을 일으키는 사구체신염을 앓고 있으면 기능 저하가 더 빨리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밖에 유전 질환인 다낭성 콩팥 질환·자가면역질환·특정 약물(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일부 항생제, 진통제 등) 남용·독성 물질(헤비메탈 등)도 원인이 될 수 있고, 간혹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만성콩팥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소변 색깔이 검붉게 변하거나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몸이 붓는 증상이 동반되는데 주로 발과 발목, 다리가 먼저 붓기 시작해 온몸이 붓는다. 몸이 붓고 혈압이 올라가면서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피로감을 잘 느끼고 기운이 없거나 식욕이 감소하고 몸이 가려운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음상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며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게 가장 중요한 예방·치료법”이라고 했다.
만성콩팥병 진단에는 혈액‧소변검사 등을 시행한다. 특히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 요단백·콩팥 초음파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사구체여과율에 따라 만성콩팥병 1~5단계로 나눈다.
△1~2단계에서는 당뇨병·고혈압·비만 등 원인 질환을 집중 치료하고, 3단계부터는 콩팥 기능 소실을 늦추기 위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와 함께 저염‧저단백식 같은 식단 조절을 해야 한다.
△3~4단계는 콩팥 손상과 기능 감소가 점점 빨라지기에 기저 질환과 합병증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단백뇨·고혈압·빈혈·뼈와 미네랄 이상 등 합병증 관리도 필요하다. 나트륨·칼륨·인 섭취를 제한해야 하지만, 이는 콩팥 기능 정도와 원인 질환에 따라 환자마다 다르기에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5단계(말기 신부전)는 이미 콩팥 기능이 너무 나빠져 노폐물이 과다 축적돼 합병증이 더 악화하기 전에 투석 치료나 콩팥이식 준비가 필요하다. 투석 환자는 특별한 식사와 약물 관리를 병행하고 심혈관 합병증, 뼈·미네랄 이상, 빈혈 등도 관리해야 한다.
김지은 고려대 구로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으로 진행되기 전 예방을 위해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만성질환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며 “이 같은 위험 인자를 관리하지 않으면 투석 위험이 3배가량 증가한다”고 했다.
만성콩팥병을 예방하려면 △고혈압·당뇨병을 꾸준히 치료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싱겁게 먹고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고 △금연하고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이고 △콩팥 상태에 따라 물을 적당히 마시고 △정기적으로 단백뇨·크레아티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만성콩팥병 환자는 △단백질 하루 권장량을 넘겨 섭취하지 않도록 하고 △칼륨이 많이 든 과일·채소(바나나·망고·수박·참외·토마토·시금치·감자 등)를 많이 먹지 말고 △콩팥 상태에 맞게 처방받은 약을 의사나 약사 지시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국물 등에는 염분이 많아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쉬우니 싱겁게 먹어야 한다”며 “단백질은 ‘자기 몸무게x0.6~0.8g’를 섭취하는 게 좋으며, 양질의 단백질 식품(육류, 생선, 달걀, 두부, 우유 등)을 매끼 조금씩 먹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