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만 원 찍은 비트코인... 강세장 시작인가, 거품인가

입력
2024.03.01 16:00
"기관 투자 지속, 추가 상승 여력 커"
"유동성 적어 가격 조작 쉬워" 의구심도

비트코인이 원화시장에서 9,000만 원이라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자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가격 상승 속도에 비례해 "투자자산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전통적인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1일 오후 3시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0.8% 오른 8,66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19% 이상 상승해 28, 29일 이틀 연속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숨 고르기 장세에 진입한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2년 3개월 만에 개당 6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6만1,000달러대에서 보합권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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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승은 장기 강세장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라는 공인된 경로를 통해 대규모 기관자금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ETF를 승인한 1월 11일 이후 기관은 하루 평균 2억 달러(약 2,674억 원)를 현물 ETF에 투자했다. 지난달 26일까지 현물 ETF 누적 투자액은 60억 달러(약 8조 원)를 돌파했다.

이 때문에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1년 개인투자자의 포모(FOMO·나만 뒤처진 것 같은 공포감)가 쌓아 올린 강세장과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5.25~5.50%다. 게다가 온체인 데이터1상에서도 큰손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새로운 '고래'2가 비트코인을 축적하면서 온체인 데이터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들은 38%의 비실현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시장 관측이다.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큰 만큼 기관에 이어 개인투자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고, 4월 중순 반감기(채굴 보상이 줄어 공급이 줄어드는 현상), 5월 중순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등 호재성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 셧다운, 은행 불안 재점화가 비트코인 가치를 부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트코인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에서 중립적으로 바뀐 것도 긍정적 요소라고 봤다.

주목도가 상승하는 만큼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2일 블로그에 올린 '비트코인 ETF 승인-벌거벗은 황제의 새 옷'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물 ETF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비트코인의 공정가치는 여전히 '0'이고 '범죄통화'라며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라 불리는 최근의 현저한 침체기 동안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가격 조작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상승세가 거품이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지난해 거래량은 2019~2021년 평균 거래량(200만 비트코인)의 4분의 1 수준인 50만 비트코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1 온체인 데이터
모든 사람이 열람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스템에 관한 정보. 거래된 코인 수, 지갑 주소 등을 파악할 수 있다.
2 '고래'
가상자산 업계에서의 큰손을 뜻하는 언어.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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