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을 임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육로를 통해 들어오는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불만을 품은 폴란드 농민들의 시위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농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국경을 트랙터 등으로 차단했다 풀기를 반복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농산물을 훼손하고 있다.
그러나 국경을 잠시라도 닫아서는 안 된다는 게 우크라이나의 굳은 입장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폴란드 RMF24 등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시적인 국경 폐쇄와 물품 교류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지만 이 도움이 폴란드 시민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며 "더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넘쳐나는 것으로부터 폴란드 시장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투스크 총리는 유럽의 창고에 2,000만 톤이 넘는 잉여 곡물이 있는데 그중 폴란드에 900만 톤이 있다고 전했다. 저렴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때문에 폴란드가 받는 피해가 유독 심각하다는 의미였다. 투스크 총리는 농민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폴란드산 곡물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도 동시에 검토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투스크 총리의 발표를 즉각 부인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우크라이나 측에서 어느 누구도 폴란드와 국경 폐쇄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에게 국경의 안정은 침략자(러시아)와의 전쟁 국면에서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흑해를 지나는 무역 경로가 막히면서 유럽연합(EU) 양해를 받아 EU 회원국인 폴란드를 통해 육상으로 교역을 해왔다.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 통행 완화는 러시아와의 전쟁 국면에서 우크라이나를 물심양면 지원하고, 우크라이나를 EU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EU의 '상징적 조치'다. 이 때문에 국경 폐쇄 결정은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폴란드와의 협상에 참여하는 타라스 카츠카 우크라이나 경제부 차관은 "우리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