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거나, 버티거나'... 험지 내몰린 尹 정부 장·차관들

입력
2024.02.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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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영등포을 경선 포기...박성훈 '수도권 재배치' 거부

총선에 출마한 윤석열 정부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당의 '험지 출마' 압박에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서 일찌감치 험지로 향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출마 희망 지역에서 꿈쩍도 하지 않겠다는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 밖에 아예 경선을 포기하는 등 '조심스러운 반항'도 일부 눈에 띈다.

현재까지 이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윤 정부 장관 출신 인사는 총 9명이다. 권영세(서울 용산) 원희룡(인천 계양을) 방문규(경기 수원병) 추경호(대구 달성) 박진(서울 서대문을) 전 장관은 일찌감치 공천이 확정됐다. 이영(서울 중성동을) 정황근(충남 천안을) 조승환(부산 중·영도) 전 장관은 경선을 준비 중이다.

이 중 조기에 '험지 출마'를 결정한 인사들은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속속 결정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맞춤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구 표심 얻기에 한창 열중하는 중이다. 특히 여권 내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원 전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일전을 벼르고 있다.

반면 서울 영등포을 경선이 결정된 박민식 전 장관은 27일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 박 전 장관은 "총선 승리를 위한 조속한 전열 정비"라며 몸을 낮췄지만, 당내에서는 열세 지역행에도 단수공천하지 않은 당의 결정에 대한 불만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 전 장관은 당초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하려다 험지 출마를 선언하고, 서울 영등포을로 공천을 신청했다.

장관급과 달리 차관급 인사들은 '버티기' 행보가 뚜렷하다.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부산 진갑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된 이후 당에서 수도권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27일 박 전 차관의 '재배치'와 관련 "(당에서) 여러 차례 수도권 출마를 말씀드렸는데 부산에서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내 시선은 곱지 않다.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서 "당선될 좋은 지역구만 고집한다"는 이유에서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도 이들의 험지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하며 '헌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장 사무총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민식 전 장관이) 우리가 좀 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지역에 가서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