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 페달을 밟는 인구 감소 위기가 몰고 올 충격은 그리 머지않았다. 20년 후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와 입대하는 군 장병 수가 반토막 난다. 0%대 성장률이 일상화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도 쏟아진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현금 지급성 단기 부양책에 여전히 머물러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인구변화가 경제‧재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40년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10.0명으로 줄어든다. 2022년(21.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정책처는 2026~2040년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0명으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추산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이 크게 뒷걸음질 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학생 수는 더 줄어들 수 있다. 2020년 0.84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2022년 0.78명→2023년 0.72명으로 하락 추세다. 지난해 4분기엔 0.65명을 기록했다. 학생 수 급감은 폐교와 지방소멸로 이어진다.
교육 부문을 뒤흔들 인구 감소는 국방‧고용시장에도 충격을 몰고 온다. 남성 인구 감소로 신규 병력자원 규모는 2022년 18만6,000명에서 2040년 10만1,000명으로 45.7% 줄어든다. 인구절벽에 직면한 군이 지난해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상비병력 50만 명’이란 목표 수치를 빼버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취업자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돼 65세 이상 취업자 비중은 2022년 11.6%에서 2027년 32.2%까지 상승한다. 허가형 국회예산정책처 인구전략분석과장은 “인구 감소는 사회와 경제, 재정 모든 분야의 위험 요인”이라며 “노동생산성 변화 여파로 2040년대엔 연평균 0%대 성장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기관의 전망도 잿빛 일색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저출산‧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50년대엔 68%의 확률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봤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해 한국의 신용등급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 성장의 장기 위험 요인은 인구”라고 짚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노동 공급이 줄고, 부양 부담은 늘어난다. 총인구 감소는 소비 위축과 기업투자 축소로 이어지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작 정부 대책은 혼인 시 최대 3억 원까지 증여 공제, 1세 이하 아이를 둔 가정에 지급하는 부모급여 확대, 육아휴직급여 인상 등 단기 대책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대 개혁 중 하나로 꼽은 노동개혁 관련해서도 정년 연장 논의 등은 지지부진하다. 김형구 부산경제연구소장은 “프랑스는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고, 일본은 저출산 대응 목적으로 어린이가정청을 출범시켰다”며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의 구색 맞추기식 대응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