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0.65명 쇼크'... 18년간 380조 썼는데 출산율 바닥 뚫려

입력
2024.02.28 20:00
1면
[0.72명, 저출생 충격]
출생아 24만 붕괴... 23만 턱걸이
연간 출산율도 역대 최저, 0.72명
OECD 꼴찌... "세금 제대로 써야"

'0.65명'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 0.6명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인구 절벽’이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30조 원 이상씩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로 떨어진 것이다. 노동 환경과 주거‧육아 부담 같은 핵심 문제에 칼을 대기보다 부처별 보여 주기식 현금성 지원 등에 급급하다 보니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너진 0.7명... 올해 '0.68명' 전망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1년 전에 비해 7.7% 감소한 22만9,970명으로 잠정 집계(최종 집계는 23만 명 예상)됐다. 2017년 30만 명대로 떨어진 뒤 3년 만인 2020년 20만 명대로 주저앉은 출생아 수는 이제 20만 명 붕괴 수준에 다다랐다.

하반기로 갈수록 출생아 수가 줄면서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해당 수치는 물론, 연간 합계출산율(0.72명) 역시 역대 최저치다.

저출산 기조가 가속화한 만큼 올해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0.7명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는데 현실로 와닿았다”고 말했다. 앞서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 내년엔 0.65명으로 내다봤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명목으로 380조 원의 세금을 들이부었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경제 발전 수준이 엇비슷한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OECD 평균(1.58명‧2021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첫째 아이를 낳는 여성의 출산연령(33.0세)은 제일 높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가 맞물리면서 인구는 2020년부터 자연감소 중이다.

선진국 대비 지원 저조, '저출산 예산' 맞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2005년)에 이어 5년 단위로 1~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까지 세우며 총력 대응에 나선 정부 정책의 약발이 듣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규모 자체가 적은 데다, 이것저것 끼워 넣은 생색내기 예산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의 ‘인구위기 대응전략’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가족지원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6%다. OECD 평균(2.29%·2019년 기준)을 크게 밑돈다. 3% 안팎인 덴마크‧프랑스‧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양육비용 지원에 집중한 OECD의 가족지원예산과 달리 한국의 저출산 예산은 주거‧보건 지원까지 뭉뚱그려 정책 목적도 흐리게 한다. 게다가 저출산 예산으로 보기 애매한 예산도 상당하다. 예컨대 지난해 저출산 예산(48조2,000억 원)을 가장 많이 할당받은 부처는 국토교통부(21조4,000억 원)로 해당 예산을 주로 주택 구입, 전세자금 지원 등에 썼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고용노동부의 저출산 대책에 들어가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항목을 보면 청년 주거 지원 등 사실상 보편적 사회보장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아 저출산 예산으로 보기 어렵다”며 “양육·교육 등 실제 필요한 곳에 현금 지원을 확대하고 일·가정 양립을 돕는 사회적 돌봄 체계 구축, 가족친화 경영 같은 사회 인식 전환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