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 파업이 8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노조와 시민단체가 공공병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대 증원은 환영할 일이나 '민간병원 95%·공공병원 5%'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지 않는 한 필수·지역의료 붕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는 27일 오전 종로구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수개월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이 취소되고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는 등 대다수 병원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라며 "간호 인력에게 사실상 강제 휴가를 종용하는 일, 의사 업무를 전가하는 등 불법 의료를 조장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윤태석 서울대병원 노조 분회장은 "정부가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면서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공공의료 강화라는 핵심이 빠진 엉터리 정책"이라며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큼 '어떻게 늘릴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증원으로는 필수·지역의료 분야로 의사 인력이 유입되기 힘든데, 정부 발표안에 담긴 '지역필수의사제'(지역 근무 시 인센티브 강화 등)나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 정도로는 유인 효과가 약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비록 2,000명 의대 증원이 발표됐지만 정부안에는 의사들이 지역·공공의료에서 의무적으로 일하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없다"며 "정부의 방책대로면 더 많은 의사가 피부·미용을 하거나 비급여 돈벌이를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 분회장은 "현재 5% 정도인 공공병원을 최소 2배 이상 늘리고, 공공의대를 신설해 정원을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며 "정부는 공공병상 확대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윤 추구가 주된 목적인 민간병원과 달리 지방의료원 등 41개 공공병원은 △필수의료 제공 △지역 의료 격차 해소 △전염병 대비 △보건 정책 집행 등 공적 목적을 띤다. 공공의대 신설은 주로 의대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연계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