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장보고-Ⅲ 잠수함,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

입력
2024.0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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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단기 3,000+톤급 개발
정숙·은밀·무장능력도 세계 최고
성능 개량으로 K방산 주력 돼야

잠수함은 은밀하게 이동해 적을 타격하는 바다의 스텔스기 같은 무기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전력의 10~20%에 불과한 독일 해군은 U-보트를 통해 영국 해군을 궤멸 상황으로 몰아간 적이 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잠수함을 통해 토마호크 미사일의 30% 정도를 발사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낸 바 있다. 현재 우리의 안보환경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주변 강대국 간의 긴장관계 등으로 엄중한 상황이므로 국가 안보를 위해 억제력이 높은 효과적인 무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장보고-Ⅲ 사업을 통해 3,000+톤 '한국형 잠수함'을 개발·국산화해 전쟁 승패를 좌우할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형 잠수함 개발은 1993년 독일로부터 1,200톤급 장보고함을 최초 도입한 이후 3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성공했다. 그 짧은 기간에 독자 설계로 세계 최고 수준의 3,000+톤 잠수함을 건조한 것은 무기체계 발전사에 있어 실로 놀랄 만한 사건이다. H. I. 서튼이라는 미국 잠수함 전문가는 한국형 잠수함 선도함인 도산안창호함을 게임 체인저이자 향후 건조될 잠수함의 표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잠수함의 성능은 ①정숙성 ②은밀성 ③탐지·무장 탑재능력으로 평가되는데, 한국형 잠수함은 세 가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숙성의 경우, 적으로부터 탐지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선체 표면에는 음향무반향코팅제를 적용하고 각종 장비에는 소음·진동 최소화 기술을 구현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209급이나 214급에 비해 규모·톤수가 월등히 커졌지만, 잠수함의 생명과 같은 정숙성은 도리어 대폭 향상됐다. 은밀성의 경우,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적용하고 세계 두 번째로 리튬이온전지를 주동력원으로 활용해 수중작전기간이 기존 납축전지보다 크게 증가했다. 탐지·무장능력과 관련해서는, 소나체계를 최신기술로 국산화하고 함형에 최적화해 최고 수준의 탐지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탄도유도탄(SLBM) 운용이 가능한 수직발사관도 다수 탑재해 지상표적에 대한 정밀타격능력도 갖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래식 잠수함 강국인 독일이나 일본의 잠수함과 비교하더라도 한국형 잠수함은 저소음, AIP·리튬이온전지 적용, SLBM 탑재라는 강점이 있어 충분히 견줄 만하다.

한국형 잠수함 개발은 국방력 강화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기여도도 크다. 120여 종의 구성 장비 중 약 80%가 국산화돼 15조 원의 생산유발효과, 3만5,000만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한다. 잠수함 수출 시장에서의 관심도도 높다. 현재 잠수함 보유국은 약 40개국, 420척 정도로 추산되는데, 디젤잠수함은 420척 중 290척 정도다. 캐나다, 폴란드 등 많은 나라가 잠수함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한국형 잠수함이 성공적으로 수출된다면 K-2, K-9, FA-50 등 'K방산'의 수출계보를 이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형 잠수함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선체 소재기술, 저피탐 기술, 수중작전지속능력 향상기술, 센서 개발 등의 연구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원거리에서 장기간 자율임무 수행을 위한 무인잠수정 개발 노력도 중요하다. 한국형 잠수함이 국가안보 강화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시기에 글로벌 방산수출시장에 도전하는 K방산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한경호 방사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