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신분으로 헌정 사상 두 번째 탄핵 심판대에 오른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측이 국회의 수사기록 제출 요구에 "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국회 측은 "탄핵 사유 입증에 핵심적 자료"라며 헌법재판소에 허가를 요청했다.
헌재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 검사 탄핵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측이 제시한 소추 원인과 증거 등을 놓고 양측 입장을 청취했다. 변론준비기일은 사건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심리계획을 수립하는 절차다.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어 이 검사는 지난달 첫 기일에 이어 나오지 않았다.
앞서 헌재는 이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에 개별 사유와 관련한 사실관계가 특정돼 있지 않고, 자료도 언론기사에 불과한 점 등을 짚으며 "직무 관련성 등을 포함해 보정명령에 답해 달라"고 지적했다. 국회 측 법무법인 율립의 김유정 변호사는 "증거가 보완되면 구체화할 내용이 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검사 법률대리를 맡은 변호인단은 '탄핵소추가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검사는 탄핵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국회 측이 해당 증거를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내용 또한 그 자체로 탄핵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율촌의 서형석 변호사는 "청구인 측이 제출한 증거는 탄핵 사유와 관계 없다는 의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국회가 증거 수집을 위해 헌재에 문서 촉탁을 요청한 '이 검사 비위 의혹 관련 수사 및 감찰 자료'를 두고 변호인단은 "신청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 기록에 대해선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32조를 근거로 들었다. 서 변호사는 "감찰 기록 역시 사실상 수사 기록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 촉탁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은 "해당 단서 규정은 원본에 대한 것으로, 인증(사본) 부분은 허용되는 범위로 보인다"며 "피청구인(이 검사)의 구체적 비위행위나 헌법 내지 법률 위반 행위를 입증하는 데 있어 가장 직접적 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채택돼 헌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고, 3차 준비기일이 다음달 25일로 잡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이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석 180명 중 찬성 174표, 반대 3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통과시켰다.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피해자를 보복기소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동완 부산지검 차장검사에 이은 두 번째 현직 검사 탄핵소추 의결이었다. 소추안엔 이 검사가 처남의 대마 흡연 혐의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