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 지점에서 발이 걸려 넘어졌을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우주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 최고경영자(CEO)는 무인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노바-C)의 당시 상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전날 착륙한 달에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쓰러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완벽한 착지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이후 52년 만에 미국을 들썩이게 만든 '달 착륙 성공' 소식도 다소 빛이 바랬다.
이는 그나마 낫다. 지난달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전체 일정을 약 1년씩 미뤘고, 미 민간 기업이 처음 발사한 무인 달 탐사선 '페레그린'은 연료 누출로 아예 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를 통해 '세계 최초 달 착륙'이라는 역사를 썼던 미국조차 반세기 이상이 흐른 지금, 달 탐사 프로젝트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때와는 달라진 요인도, 여전한 난제들도 있는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우선 ①예산이 대폭 줄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아폴로 프로그램 당시 나사 예산은 미국 정부 지출의 4%였다. 그러나 현재는 0.4% 남짓에 불과하다. 단순 수치만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적 액수도 그렇다.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2020년 화폐가치로 계산하면, 1960~1973년 나사는 아폴로 프로그램에만 2,570억 달러(약 342조 원)를 지원받은 셈"이라고 전했다. 연평균 183억 달러 이상을 쓴 것이다. 반면 올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할당된 나사 예산은 68억 달러(약 9조 원)뿐이다. CNN은 "21세기의 달 착륙선은 적은 비용으로 과거와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②달 탐사 공백기도 너무 길었다. 1972년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달 탐사를 접었던 미국이 다시 관심을 가진 건 45년이 흐른 2017년이다. 이때 나사의 아르테미스가 탄생했다. 달에 거점을 건설해 우주로 뻗어 나가려는 포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지식 전수가 끊겼고, 산업 환경도 바뀌었다. 스콧 페이스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장은 "지난 50여 년간 잃어버린 전문 지식 일부를 재건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달 착륙선의 각 부품은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현대 공급망에서 만들거나 새로 설계·제조돼야 한다"고도 전했다.
특히 우주과학 분야 진전 속도가 더뎠다. 유럽우주국(ESA) 우주연구기술센터의 마르쿠스 랜드그라프 연구원은 지난해 도이체벨레 인터뷰에서 "컴퓨터는 50년 전보다 몇 배 빨라졌지만, 로켓 엔진 효율성은 10~20%밖에 향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제든 마찬가지인 난관도 있다. ③달 표면은 착륙 자체가 까다롭다. CNN은 "달은 사화산과 분화구로 뒤덮여 평평한 착륙 지점을 찾기 힘들다"고 짚었다. 애리조나주립대 썬더버드 경영대학원의 그레그 오트리 우주리더십 이사는 아폴로 11호도 애초 목표 지점에 착륙했을 경우 파괴됐을 것이라며 "(닐 암스트롱만큼) 숙련된 조종사 덕에 난파를 피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달은 대기가 희박해 낙하산도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④우주선 사전 검증도 어렵다. 사실상 거의 모든 우주선은 '시제품'으로 봐야 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대량생산이 안 되고, 달 착륙은 시연도 불가능하다. ESA의 달 탐사 그룹 리더 니코 데트만은 "다른 우주 시스템보다 달 탐사선의 '자격 검증'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안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조슈아 라세라 박사는 "처음 몇 번은 실패하더라도, 결국 시도 횟수에 비해 적은 비용이 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도 "초기 실패가 향후 반복 가능한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희망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