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에서 여야 대진표의 윤곽이 선명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친이재명(친명)계 현역 의원을 대거 포진해 수성 의지를 다지자 국민의힘은 운동권 출신 맞수와 윤심(尹心) 인사, 전직 의원을 주력으로 내세워 탈환에 나섰다.
우선, 민주당의 운동권 세대와 국민의힘의 운동권 전향 인사의 맞대결이 눈에 띈다. 서울 마포을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25일 이곳 현역인 친명계 핵심 정청래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3선의 86세대 운동권 출신으로, 지난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당시 "이 대표 직인이 찍힌 공천장으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장담하며 선명성을 드러냈다.
마포을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운동권 청산'의 상징적 지역구로 지목한 곳이다. 이에 여당은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을 우선추천(전략공천)했다. 1980년대 대표적 강성 운동권 조직인 서울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함 회장은 이후 열린우리당 등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담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강력 비판한 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다.
서울 성북갑도 비슷한 대결구도다. 국민의힘이 공천한 이종철 전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6년 연세대 사태 때 구속돼 옥고를 치른 강성 운동권 인사다. 하지만 이후 전향해 보수정당인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에서 활동했다. 이곳 현역으로 23일 공천을 받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고려대 정경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산하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서총련) 간부로 활동했다.
경기 남부 벨트의 핵심으로 불리는 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리전 구도다. 민주당은 이날 수원병에 이 대표 최측근인 현역 김영진(재선)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중앙대 동문인 김 의원을 핵심 라인인 정무조정실장에 임명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 여당 약세로 분류되는 이 지역에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내세웠다. 윤심을 등에 업고 수원 탈환의 선봉에 섰다. 수원갑에선 이날 공천을 받은 현역 초선 김승원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영입인재인 김현준 전 국세청장이 일합을 겨룬다. 김 의원은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이다.
전·현직 의원이 정치 구력으로 맞붙는 지역도 있다. 민주당 전략공천위원장을 맡고 있는 4선의 안규백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동대문갑이다. 국민의힘은 맞수로 김영우 전 의원을 공천했다. 김 전 의원은 친이명박계의 대표 주자로 경기 포천가평에서 3선(18~20대)을 했지만 지난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과는 국회 국방위원장을 번갈아 하며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안양동안갑의 경우 민주당은 이날 친명계 초선 민병덕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20대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임재훈 전 의원을 내세워 탈환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