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호칭을 ‘김건희’라고 했다는 이유로 SBS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제재를 받았다. 김 여사를 직접 지칭한 것도 아니고 사실상 고유명사처럼 사용돼 온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선거방송의 공정성을 어떻게 저해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쉽지 않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방위는 출연자가 대통령 영부인에게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는 민원이 제기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대해 지난 22일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문제가 된 내용은 1월 15일 패널로 출연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행보와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대해 명확한 자기 입장을 밝히시길 바란다”고 한 대목이다. 백선기 선방위원장은 “대통령 부인과 관련해서는 아무리 야당 인사라고 해도 (표현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보수 성향 위원은 “‘여사’도 안 붙이고, ‘씨’도 안 붙였는데 이런 건 진행자가 잡아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 9명 중 ‘문제없음’ 의견을 낸 것은 야권 추천 위원 1명뿐이었다고 한다.
김 여사를 아무런 호칭 없이 ‘김건희’라고 직접 언급했다면 폄훼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 의원이 언급한 것은 그간 언론에서 통용돼 온 ‘김건희 특검’이었다. 본회의에 부의됐던 법안의 정식 명칭(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어디에도 ‘여사’는 없다. 앞으로 모든 언론은 ‘김건희 여사님 특검’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인가.
선방위 설치∙운영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한다. 방심위를 여권 위원이 장악했으니 선방위 구성도 한쪽으로 기우는 게 당연하다. 이번 의결 또한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보도 및 ‘바이든-날리면’ 보도 과징금, 윤석열 대통령 ‘짜깁기 영상’ 접속 차단 등 최근 일련의 방심위 조치와 맥을 같이한다. ‘정치 심의’ 시비를 벗으려면 선거방송에 공정성 잣대를 적용하기 앞서 본인들에게 먼저 들이대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