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우크라 아동, 공습 피해 수개월 지하 생활… 심리적 상처 커"

입력
2024.02.24 00:55
유니세프 "2년 중 4~7개월 지하 대피"
우크라 청소년, 수면장애·PTSD 시달려

전쟁이 이어진 2년 동안, 우크라이나 최전선 도시 아동들이 공습을 피해 수개월을 지하에 숨어 지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일상이 된 공포, 교육 공백 등으로 아이들의 심리적 상처가 깊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 최전선 지역의 어린이들은 지난 2년 동안 지하실과 지하철 역사에 3,000~5,000시간(약 4~7개월)을 대피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우크라이나 최전선 지역인 북동부 자포리지야, 하루키우, 도네츠크 등에서는 지난 2년간 3,500~6,200여건의 공습 경보가 발령됐다. 유니세프는 "겨울은 특히 아동들에게 잔인했다. (러시아의) 공격이 확대되며 많은 가족들이 난방, 물, 전기에 접근할 수 없게 돼 수천 명이 춥고 습한 지하실에 대피했다"고 지적했다.

아동들이 입은 심리적 상처는 깊고, 또 날이 갈수록 심화된다고 유니세프는 지적했다. 유니세프 설문조사 결과 우크라이나 13~15세 청소년 절반은 수면 장애를, 5명 중 1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엘더 유니세프 대변인은 "미사일·드론 틈에서 안전을 모색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수많은 가족 및 아동심리학자와 대화해보니, 이 상황은 정신건강에 매우 파괴적"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도 심리적으로 피폐해져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됐다. 엘더 대변인은 한 아동 심리학자가 "갈등과 혼돈에 장기간 노출돼 아이들이 겪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면 부모의 보살핌이 필수적인데, 부모 자신도 같은 사건을 경험할 때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교육 공백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2021년과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총 4년간 우크라이나 최전선 도시의 아이들이 학교를 다닌 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하다. 유니세프는 "하르키우의 학교 700곳 중 대면수업을 하는 학교는 2곳뿐"이라며 "설문조사에 응답한 우크라이나 부모 대부분은 자녀의 사회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인도주의적 원칙, 국제인권법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며 "아이들에게는 회복할 기회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