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년을 하루 앞둔 23일(현지시간) 러시아를 겨냥한 대규모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내고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정복 전쟁과 용기 있는 반부패 활동가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매서운 반대파였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를 겨냥한 500개 이상의 신규 제재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의 금융 부문, 방위 산업 기지, 조달 네트워크와 여러 대륙에 걸친 제재 회피자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알렉세이 나발니 투옥과 관련된 개인들 또한 제재 대상"이라고 밝혔다.
나발니는 지난 16일 옥중에서 의문사한 러시아의 반정부 인사다. 나발니의 측근은 그의 시신과 사인이 은폐된 정황을 바탕으로 푸틴 대통령이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푸틴 책임론'에 동의하며 "푸틴 대통령이 해외 침략과 국내 탄압에 대해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출 제재도 추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전쟁 기계를 지원한 약 100개 단체에 새로운 수출 제재를 부과한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익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하원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되고 2년간 우크라이나 국민은 엄청난 용기를 가지고 싸우고 있다. 그러나 탄약이 부족하다"며 "하원이 더 늦기 전에 초당적인 국가 안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601억 달러(약 80조 원) 지원 등을 담은 추가 안보 지원 예산안은 지난 13일 미국 상원을 통과했지만, 공화당이 우세한 하원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 규제, 중앙은행 자산 동결 등 다방면에서 러시아를 제재해 왔다. 그러나 전쟁 억제 등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날 추가 제재를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전 세계 국민은 이번 싸움의 위험이 우크라이나를 훨씬 넘어 확장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죽음과 파괴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그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