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 대응책의 일환으로 23일부터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다. 정부는 이날 오전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격상했고, 의대 입학정원 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3일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며 "병의원급 의료기관은 별도의 신청이나 지정 없이 희망하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진 환자에 한해 허용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 초진은 의료취약지나 휴일·야간에 한해 허용됐고, 병원급 이상의 비대면 진료 또한 극히 일부만 가능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에 대응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를 주로 맡고 경증환자는 병원급에서 맡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병원급에 외래진료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비대면 진료 규제를 대폭 푼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이번 비대면 진료 확대에 따라 의료취약지가 아닌 곳이나 평일에도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 범위로 대폭 확대된다. 재진 환자 중 병원급 진료가 불가피한 희귀질환자(1년 이내), 수술·치료 후 지속적인 관리(30일 이내)가 필요한 환자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으로 진료받을 수 있었다.
비대면 진료 및 조제의 실시 비율을 30%로 제한했던 규정이나, 같은 의료기관에서 월 2회까지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었던 규정도 한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의약품 재택수령은 지금처럼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로 제한된다.
보건의료 재난경보는 이날 오전 8시부로 3단계 '경계’에서 4단계 '심각’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아닌 보건의료 위기 상황으로 재난경보가 '심각'으로 올라간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응 기구도 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중대본으로 격상됐다. 박 차관은 "대형병원 인력의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들이 70%가량 현장을 이탈해 위기라고 생각하고 단계를 격상했다"며 "중대본 설치로 부처 간 유기적 협조와 범부처 총력 대응체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94개 병원 8,89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중 78.5% 수준이다. 이 가운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7,863명(69.4%)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장관이 수련병원에 내린 집단사직수리금지명령에 따라 실제 승인된 사직서는 없다. 전날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40건(오후 6시 집계)이었다. 수술 지연 27건, 진료 거절 6건, 예약 취소 4건, 입원 지연 3건이다.
정부는 늘어난 의대 입학정원 배정 작업도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전날 40개 의대에 학생 정원 신청 안내 공문을 보냈다"며 "3월 4일까지 대학별 증원 신청을 받아 추후 정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원 배정은 비수도권 대학을 우선으로 하되, 대학별 교육 역량과 필수·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진료현장으로 돌아오라고 재차 호소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요구했던 7대 요구 조건은 상당 부분 정부와 뜻을 같이한다"며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환자들의 고통을 돌아봐 달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남아 환자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이 보여주시는 것이 대한민국 환자와 의사의 관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