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성폭행에 비유…막말 쏟아진 의사집회

입력
2024.02.23 08:43
대통령실 앞 집회…"환자 죽으면 정부 탓"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행해도 되냐"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의 발언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된 의사 궐기대회에선 "데이트(정부 협의) 몇 번 했다고 성폭행(의대 증원) 해도 되느냐"는 등 막말이 쏟아졌다.

이날 서울시의사회는 대통령실 앞에서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번 궐기대회엔 경찰 추산 300명, 주최 측 추산 500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우리 말 듣지 않고, 환자가 죽든 말든 정책 밀어붙이는 정부야말로 국민들을 볼모로 삼은 게 아니냐""환자가 죽으면 정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원해서 의대 정원을 늘렸다는데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수를 100명으로 하자면 하실 거냐. 공무원 반으로 줄이자면 줄이겠나. 대통령 하야하라는 여론이 50% 넘으면 물러날 거냐"고 되물었다.

발언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좌 이사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향해 반말로 "민수야 정신 차려 임마. 야, 우리가 언제 의대 정원 늘리자고 동의했냐"며 "네 말대로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 해도 된다는 말과 똑같지 않냐. 너는 그렇게 인생 살았을지 몰라도 의사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막말을 했다. 의대 증원 결정 전 의료계와 협의를 거쳤다는 정부 주장을 성폭행에 비유한 것이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같은 날 언론 정례 브리핑에서 3월 3일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예고하며 정부는 "자식(환자)을 볼모로 폭력 행사하는 남편"에, 의사는 "자식 때문에 가출 못하는 아내"에 빗댔다. 주 위원장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해서 이 사태를 벌인 건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며 "아무리 몰아붙여도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오만이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선 의대 증원 반대 측 패널로 출연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을 비판한 건데, 근거가 부족한데다 의사 자질을 고교 성적으로 판단하는 왜곡된 인식이란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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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