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의 무허가 번식장에서 방치된 채 길러지던 개와 고양이들이 동물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보령시 청소면에 있는 번식장 두 곳에서 고양이 2마리, 개 121마리 등 총 123마리를 구조했다고 22일 밝혔다.
야외와 뜬장(바닥까지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그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개의 장)에서 길러지던 개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대부분 탈장, 피부병, 안구질환 등의 질병을 앓고 있었고, 턱뼈가 없거나 다리가 골절된 개들도 다수 발견됐다. 이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번식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육되던 환경도 열악했다. 배설물이 산처럼 쌓여있었으며, 물그릇과 밥그릇은 모두 오염돼 있었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단체는 2주 전 무허가 번식장에 대한 제보를 받고 지난주 현장조사를 벌였으며, 지난 19일 업주들을 설득해 개들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받았다고 전했다.
단체는 이번 사례를 통해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들이 펫숍을 통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구조를 지적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에 대해 허가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무허가 번식장이 영업을 지속해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법대로라면 무허가 번식장에서 태어난 동물은 펫숍에서 판매할 수 없지만 경매장을 거치면서 '신분'을 세탁하고 펫숍에서 버젓이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적발된 무허가 번식장 역시 중간 업자를 통해 경매장에서 동물을 판매해왔다. 정 팀장은 "경매장은 마리당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대규모 번식장과 반려동물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며 "경매장이 존재하는 한 불법 번식장을 근절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매장은 반드시 폐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에 따르면 국내에는 경매장 17개가 운영 중이며 전국에서 매매되는 약 18만~20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경매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한편 이날 구조된 동물 123마리는 현재 보호소와 병원 등으로 이송돼 보호 및 치료를 받고 있다. 단체는 동물이 건강을 회복하면 입양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