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섣부른 금리 인하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지속적으로 둔화한다는 강한 확신이 들 때까지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5.25~5.5%로 묶으면서 금리가 이번 긴축 주기의 정점에 도달했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 근거로 지난 1년간 물가 상승률을 되돌리는 데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상품과 노동시장에서의 수급 균형이 좋아지는 징후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현재의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짚었다. 의사록은 “참석자 대부분이 너무 빠르게 정책 기조를 완화할 때의 위험성을 지적했다”면서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는지 판단함에 있어 향후 지표를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금리 인하를 서두르다 고물가가 굳어질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과도한 긴축 기조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경제 하방 위험이 된다”고 지목한 참석자는 두어 명에 불과했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앞선 발언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파월 의장은 1월 회의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 완화에 대한 확신이 3월을 금리 인하 시점으로 선택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고 일축했다. 이달 4일 미 CBS방송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도 “경제가 튼튼한 만큼 언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전망치를 상회하고, 연준의 신중한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연초 대비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준이 3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 전망한 참가자 비율은 6.5%, 5월 인하 전망 비율은 29.1%로 의사록 발표 전보다 소폭 더 낮아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은 이날 내놓은 미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이 6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총 0.75%포인트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6월 FOMC로 시선을 옮긴 시장은 큰 무리 없이 의사록을 소화했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장 막판 빠르게 반등해 전장 대비 0.13%씩 상승 마감했다. 엔비디아 호실적에 힘입은 반도체주 강세로 코스피는 0.41% 오른 2,664.27, 코스닥은 0.7% 상승한 870.11에 거래를 마쳤다.